하도급 위반 사례, 실제 제재받은 것들로 정리했습니다

“일은 다 끝냈는데 돈을 안 줍니다. 이게 신고가 되는 건가요?”

“계약서를 안 써 줬어요. 그럼 저는 아무것도 못 하는 건가요?”

두 질문 다 답은 같습니다. 됩니다. 그리고 두 번째 질문은 그 자체로 이미 위반입니다.

많은 분들이 하도급법을 “돈 떼였을 때 쓰는 법”으로만 알고 계십니다. 그런데 이 법이 금지하는 건 훨씬 넓습니다. 계약서를 늦게 준 것, 다 끝난 뒤에 금액을 깎은 것, 도면을 달라고 해서 받아 간 것, 계약서에 불리한 조항 하나를 박아 둔 것. 전부 걸립니다.

이 글에서는 2026년에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은 사례를 놓고, 어떤 행위가 위반인지와 당했을 때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를 정리했습니다. 어려운 말은 걷어냈습니다.


AI 요약
  • 돈을 늦게 준 것만으로도 위반입니다. 물건을 받은 날부터 60일 안에 줘야 하고, 하루라도 넘기면 그 기간에 대해 연 15.5%의 지연이자를 얹어 줘야 합니다. 이걸 안 줘서 2026년에 시정명령을 받은 건설사가 있습니다.
  • 계약서를 제때 안 준 것도 위반입니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서면을 줘야 하는데, 안 줬다면 하청 쪽에서 “이런 조건으로 맡았다”고 통지할 수 있고 15일 안에 답이 없으면 일단 그 내용대로 맡긴 것으로 봅니다. 다만 원청이 반대 증거를 내면 뒤집힐 수 있어서, 통지와 함께 자료도 모아 두셔야 합니다.
  • 시한이 있습니다. 공정위는 원칙적으로 거래가 끝난 날부터 3년이 지난 건은 조사를 시작하지 않습니다(기술자료에 관한 위반은 7년). 다만 이건 공정위가 나서 주는 기간이고, 대금을 달라는 청구까지 그때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하도급법은 누구에게 적용되나요

큰 회사가 작은 회사에 일을 맡긴 관계여야 적용됩니다.

법에서는 일을 맡긴 쪽을 원사업자, 맡은 쪽을 수급사업자라고 부릅니다. 이 글에서는 익숙한 말로 원청하청이라고 쓰겠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크다, 작다”의 기준입니다. 세 가지 중 하나에 해당하면 원청이 됩니다.

  •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맡긴 경우 : 가장 흔한 모습입니다.
  • 중소기업끼리라도 매출이 더 큰 쪽이 더 작은 쪽에 맡긴 경우 : 양쪽 다 중소기업이어도 적용됩니다. 이걸 모르고 “우리는 둘 다 작은 회사라 해당 없다”고 넘기시는 분이 많습니다. 건설은 매출 대신 시공능력평가액(건설사가 1년에 얼마짜리 공사를 감당할 수 있는지 해마다 매기는 금액)으로 비교합니다. 다만 맡긴 쪽이 아주 작으면 빠집니다. 제조·수리는 직전 연도 매출 30억 원, 용역은 10억 원, 건설은 시공능력평가액 45억 원에 못 미치면 원청으로 보지 않습니다.
  • 큰 기업집단에 속한 회사가 맡긴 경우 : 흔히 재벌 그룹이라 부르는, 정부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한 회사들입니다. 맡은 쪽이 중소기업이면 규모를 견줄 것도 없이 원청으로 봅니다.

맡기는 일의 종류도 정해져 있습니다. 물건을 만들게 하거나(제조), 고쳐 달라고 하거나(수리), 공사를 시키거나(건설), 용역을 맡기는 것입니다. 용역에는 소프트웨어 개발, 방송·영상 제작, 설계, 화물 운송, 건물 관리, 경비 같은 일이 들어갑니다. 제조업과 건설업만의 법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 여기서 자주 걸립니다

맨 위에서 주문한 사람은 이 법의 원청이 아닙니다. 개인이 자기 집을 지어 달라고 건설사에 맡긴 경우, 그 개인은 발주자이지 원청이 아닙니다. 그래서 그 개인과 시공사 사이의 다툼에는 하도급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 구분을 놓치면 엉뚱한 곳에 신고하게 됩니다. 개인 집 공사에서 돈을 못 받은 경우는 개인주택 하도급 업체 공사대금 미수금, 누구에게 받아야 할까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내 거래가 이 법의 대상인지부터 확인되면, 그다음은 어떤 행위가 걸리는지입니다.

이런 것들이 하도급 위반입니다

하도급법이 금지하는 행위는 스무 가지가 넘습니다. 그중 실제로 신고가 많고 제재도 자주 나오는 것들만 추리면 이렇습니다.

이런 일을 당했다면 무엇이 문제인지 손해배상
대금을 안 주거나 60일 넘겨 줌 지급기일 위반, 지연이자 미지급 실제 손해
일 시작 전에 계약서를 안 줌 서면 발급 의무 위반 실제 손해
처음부터 말이 안 되는 단가로 정함 부당한 대금 결정 최대 3배
다 끝난 뒤에 금액을 깎음 부당 감액 최대 3배
갑자기 발주를 취소하거나 안 받아 감 부당한 위탁취소 최대 3배
멀쩡한 물건을 돌려보냄 부당 반품 최대 3배
도면·기술자료를 가져다 씀 기술자료 유용 최대 5배
신고했다고 일감을 끊음 보복조치 최대 3배
계약서에 불리한 조항을 박아 둠 부당특약 그 조항이 무효

“최대 3배”, “최대 5배”는 법원이 실제 손해액의 몇 배까지 물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대금 미지급은 3배 대상이 아닙니다. 못 받은 돈과 이자를 받는 것이지, 세 배를 받는 게 아니에요. 이 부분을 오해하고 소송을 준비하시는 분이 있어 짚어 둡니다.

그럼 실제로는 얼마나 지켜지고 있을까요. 공정위가 해마다 10만 개 업체에 물어보는 하도급거래 서면실태조사가 있습니다. 원청이 스스로 답한 숫자인데도 이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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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이 스스로 답한 의무 이행률

원청이 스스로 답한 의무 이행률공정거래위원회 2025년 하도급거래 서면실태조사에서 원사업자가 응답한 비율입니다. 모든 거래에서 계약서면을 교부했다는 응답은 69.9%, 법정 지급기일을 지켰다는 응답은 91.6%입니다. 반면 60일을 넘겨 지급한 경우 지연이자 등을 전부 지급했다는 응답은 50.1%, 건설 하도급에서 모든 계약에 지급보증을 이행했다는 응답은 50.2%에 그쳤습니다. 네 값 모두 응답한 원사업자의 비율입니다.69.9%91.6%50.1%50.2%계약서면전부 교부지급기일 준수지연이자전부 지급건설지급보증 이행단위 % · 원사업자 응답 기준

네 값 모두 원사업자가 스스로 답한 비율입니다. 다만 무엇을 물었는지는 항목마다 다릅니다. 계약서면 교부와 건설 지급보증은 ‘모든 거래·모든 계약에서 이행했다’고 답한 비율입니다. 지급기일 준수는 법정 기일을 지켰다고 답한 비율이고, 지연이자는 60일을 넘겨 지급한 경우 지연이자와 어음할인료 등을 전부 지급했다고 답한 비율입니다. 그런데도 뒤의 두 항목은 절반에 그쳤습니다. 출처: 공정거래위원회 「2025년 하도급거래 서면실태조사 결과 발표」(2025년 12월 23일), 2024년 하도급거래 대상 10만 개 업체 조사.

가장 눈에 띄는 건 지연이자입니다. 60일을 넘겨 대금을 주고서 지연이자까지 제대로 챙겨 준 원청은 절반뿐이었습니다. 나머지 절반은 늦게 주고 이자는 안 줬다는 뜻입니다. 그것도 원청이 스스로 답한 숫자니, 실제는 더 낮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하나씩 보겠습니다.

대금을 늦게 주거나 안 줬다면

물건이나 공사를 받은 날부터 60일 안에 줘야 합니다. 이게 출발점입니다.

정확히는 이렇습니다. 물건을 납품한 날, 공사를 인수한 날, 용역을 마친 날부터 세어서 60일 안의 날짜로 지급기일을 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두 가지 함정이 있습니다.

  • 지급기일을 아예 안 정했다면 : 물건을 받은 날이 곧 지급기일입니다. 즉 그날 바로 줬어야 합니다.
  • 60일보다 뒤로 정했다면 : 그 약속은 그대로 인정되지 않고, 물건을 받은 날부터 60일째 되는 날이 지급기일이 됩니다.

“계약서에 90일로 썼으니 90일까지는 괜찮다”가 대체로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죠. 양쪽이 대등한 위치에서 정했다고 인정되는 경우처럼 예외가 없지는 않지만, 일반적인 하도급 거래에서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원청이 발주자에게 공사비를 받았다면 더 짧습니다. 준공금이나 기성금을 받은 날부터 15일 안에 하청에게 넘겨야 합니다. 준공금은 공사를 다 끝내고 받는 돈, 기성금은 진행된 만큼 중간에 받는 돈입니다. 위에서 돈이 내려왔는데 아래로 안 내려보내는 상황을 막으려는 규정이에요.

하루만 넘겨도 이자가 붙습니다

60일을 넘긴 날부터는 그 초과 기간에 대해 이자를 얹어 줘야 합니다. 이율은 공정위가 고시로 정해 두었는데, 연 15.5%입니다. 은행 대출 이자보다 훨씬 높죠. 늦게 주는 걸 그냥 두지 않겠다는 뜻으로 정한 숫자입니다.

이 이자를 안 줘서 실제로 제재받은 사례가 있습니다.

💡 실제 사례 : 라인건설 (2026년 7월 공정위 발표)

이 건설사는 2019년 10월부터 2024년 7월까지 하청 업체들에게 대금을 60일 넘겨 주면서, 초과 기간에 대한 지연이자를 주지 않았습니다. 안 준 이자를 모두 더하니 11억 6,184만 원이었고, 피해 업체는 64곳이었습니다.

이 금액은 전체 하도급대금의 0.2%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공정위는 피해 업체가 64곳으로 적지 않고 다시 생기지 않게 할 필요가 있다고 보아 시정명령(잘못을 고치라는 공정위의 공식 명령)을 내렸습니다. 회사는 조사가 시작된 뒤 못 준 이자를 전액 지급했습니다.

읽어야 할 대목은 이겁니다. 업체 하나당으로 보면 몇백만 원짜리 이자입니다. 혼자였다면 넘어갔을 금액이죠. 그런데 64곳이 모이니 11억이 됐고, 제재가 나왔습니다.

지연이자는 따로 청구해야 주는 돈이 아니라 원래 줬어야 하는 돈입니다. 원금만 받고 마무리하셨다면, 아직 받을 게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돈 이야기는 여기까지고, 그보다 앞선 단계에서 이미 어긋난 경우가 있습니다. 계약서입니다.

계약서를 제때 안 줬다면

일을 시작하기 전에 계약서를 줘야 합니다. 끝난 뒤도 아니고, 하는 중도 아닙니다.

물건 만드는 일이면 작업을 시작하기 전, 공사면 착공 전, 용역이면 일을 시작하기 전입니다. 처음 맡길 때만이 아니라 중간에 일을 더 시키거나 조건을 바꿀 때도 그때마다 다시 줘야 합니다.

“말로 먼저 시키고 서류는 나중에”가 현장에서는 흔하지만, 법으로는 그 순간 이미 위반입니다.

💡 실제 사례 : 두산 (2026년 5월 공정위 발표)

이 회사는 2022년 1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182개 하청 업체에게 시스템 개발·관리 용역 516건을 맡기면서, 대금 같은 필수 항목이 담긴 계약 서면을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 주지 않았습니다. 가장 늦은 건은 291일이나 지나서 나왔습니다. 해당 사업의 하도급대금은 408억 원 규모였습니다.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 3,000만 원을 부과했습니다. 과징금은 국가가 물리는 벌금 성격의 돈입니다. 대금을 떼먹은 사건이 아닙니다. 서류를 늦게 준 것만으로 나온 제재입니다.

계약서를 못 받았다면 이걸 하세요

계약서가 없으면 나중에 “그런 조건으로 맡긴 적 없다”는 말이 나옵니다. 그래서 법이 하청 쪽에 방법을 하나 주고 있습니다.

  • 내가 먼저 서면으로 통지합니다 : 무슨 일을 얼마에 맡았는지를 적어 원청에 보냅니다.
  • 원청은 15일 안에 답해야 합니다 : 맞다 또는 아니다를 서면으로 보내야 합니다.
  • 답이 없으면 내 말대로 인정됩니다 : 15일 안에 회신이 오지 않으면 내가 통지한 내용대로 일을 맡긴 것으로 봅니다. 이걸 뒤집으려면 이제 원청이 “그렇지 않다”를 증명해야 합니다.

증거가 없는 쪽이 지는 게 보통인데, 이 절차는 그 구도를 뒤집어 줍니다. 언제 무슨 내용을 보냈는지 우체국이 증명해 주는 내용증명 우편으로 보내 두시면 됩니다. 실제 조사에서도 이 통지를 해 뒀는지가 갈림길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계약서 문제가 정리됐다면, 다음은 금액입니다.

금액을 깎거나 처음부터 후려쳤다면

금액 문제는 두 종류로 나뉩니다. 처음 정할 때 후려친 것과, 정해 놓고 나중에 깎은 것입니다.

나중에 깎은 경우

원칙은 간단합니다. 한 번 정한 대금은 깎을 수 없습니다. 깎으려면 원청이 정당한 사유를 증명해야 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건 증명할 책임이 원청에 있다는 점입니다. 하청이 “부당하다”를 증명하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법은 아예 정당한 사유로 보지 않는 경우를 나열해 두었습니다. 현장에서 자주 나오는 것들입니다.

  • 소급 적용 : 단가를 내리기로 합의했다면서, 합의 전에 맡긴 물량까지 내린 단가로 계산하는 것.
  • 발주 취소나 경기 탓 : 처음에 깎을 조건을 말해 두지도 않고, 나중에 “위에서 취소됐다”, “경기가 어렵다”며 깎는 것.
  • 원청의 적자 : 회사가 적자라서, 판매가를 내려서 깎는 것.
  • 원청이 낼 돈 떠넘기기 : 고용보험료나 산업안전보건관리비처럼 원청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대금에서 빼는 것.
  • 사소한 실수 트집 : 원청에 실제 손해를 주지도 않은 하청의 작은 잘못을 이유로 깎는 것.

처음부터 후려친 경우

이건 “정당한 사유 없이” 다음과 같이 정한 경우입니다.

  • 여러 하청에 일률적인 비율로 단가를 깎아 정하는 것
  • 경쟁입찰을 해 놓고 최저가로 입찰한 금액보다 더 낮게 계약하는 것
  • 발주 물량을 부풀려 알려 주거나 가짜 견적을 보여 주며 속여서 낮게 정하는 것
  • 계속 거래하던 사이에서 원청의 적자나 판매가 인하를 이유로 불리하게 정하는 것

이 두 가지는 모두 손해의 3배까지 법원이 배상을 명할 수 있는 유형입니다.

돈 문제보다 더 무겁게 다루는 유형이 하나 남았습니다. 기술입니다.

도면이나 기술자료를 가져갔다면

원청은 하청의 기술자료를 달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원칙적으로 금지됩니다.

예외가 있긴 한데, 원청이 왜 꼭 필요한지를 스스로 증명해 낸 경우에만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조건이 더 붙습니다. 왜 필요한지, 권리는 누구에게 있는지, 대가는 어떻게 할지를 미리 협의해서 정하고, 그 내용을 적은 서면을 줘야 합니다. 그리고 자료를 받는 날까지 비밀유지계약을 맺어야 합니다.

받아 간 자료를 자기가 쓰거나 다른 데 넘기는 건 당연히 안 됩니다. 2026년에 이 유형으로 큰 제재가 두 건 나왔습니다.

💡 실제 사례 : 세라젬 (2026년 8월 공정위 발표)

이 회사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하청 업체들과 금형 제작 계약을 맺으면서, 기술자료의 소유권을 대가 없이 자기 쪽으로 넘긴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하청에게서 금형도면 33건을 받은 뒤, 그중 7건을 아무 협의 없이 중국 법인에 넘겼습니다. 모터 부품 자료를 요구하면서 요구 목적과 사용 범위를 적은 서면을 주지 않은 것도 함께 적발됐습니다.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억 3,200만 원을 부과했습니다.

💡 실제 사례 : 경동나비엔 (2026년 8월 공정위 발표)

이 회사는 하청 업체가 2017년에 제출한 온도센서 도면 3종을 바탕으로 2024년 3월 자기 도면을 만들었습니다. 두 도면은 겉모습만이 아니라 세부 치수와 규격까지 같거나 매우 비슷했습니다. 그리고 한 달 뒤인 2024년 4월, 그 도면을 원래 하청 업체의 경쟁 업체에 넘겼습니다. 기술자료를 요구하면서 법에서 정한 서면을 주지 않은 것이 12건, 준 서면을 보관하지 않은 것이 10건 더 있었습니다.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억 원을 부과했습니다.

기술자료를 가져다 쓴 경우는 손해의 5배까지 배상을 명할 수 있습니다. 하도급법에서 가장 무거운 배수입니다. 그리고 기술자료에 관한 위반은 가져다 쓴 것이든 서면을 안 준 것이든, 조사를 시작할 수 있는 기간이 3년이 아니라 7년으로 더 깁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대응하는 분이 많지 않습니다. 앞서 본 그 조사에서, 기술자료 때문에 재산상 손해를 봤다고 답한 하청 업체 가운데 절반이 넘는 54.5%가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배수가 가장 높은 유형인데도 그렇습니다.

기술을 가져간 문제가 정리됐다면, 이번엔 계약서 자체를 볼 차례입니다.

계약서에 불리한 조항이 박혀 있다면

서명했더라도 그 조항이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은데, 하도급법은 하청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계약조건을 아예 금지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법이 예로 든 것들입니다.

  • 계약서에 없던 걸 요구해 놓고 그 비용을 하청이 내게 하는 약정
  • 민원 처리비나 산업재해 관련 비용처럼 원청이 부담해야 할 돈을 하청에 떠넘기는 약정
  • 입찰 내역에 없던 걸 요구해 놓고 그 비용을 하청이 내게 하는 약정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법이 콕 집어 둔 위 세 가지는 그 부분이 바로 무효가 됩니다. 계약 전체가 날아가는 게 아니라, 문제되는 조항만 효력을 잃습니다.

세 가지 말고도 하청에게 불리한 조항은 많습니다. 그런 조항들도 부당특약으로 제재를 받는데, 무효까지 가려면 한쪽에 현저하게 불공정하다고 인정되어야 합니다. 즉 콕 집어 둔 것은 자동으로, 나머지는 얼마나 불공정한지를 따져 보고 무효가 되는 구조입니다. 앞서 본 세라젬 사건에서 문제된 “기술자료 소유권을 대가 없이 원청에 넘긴다”는 조항도 부당특약으로 제재를 받은 경우입니다.

그러니 불리한 조항이 있다고 해서 포기하지 마세요. 계약서를 들고 오시면 그 조항의 무효를 주장할 수 있는지부터 봅니다.

여기까지가 무엇이 위반인지였습니다. 이제 실제로 무엇을 하면 되는지 보겠습니다.

그래서 무엇부터 해야 하나요

증거를 모으는 게 먼저이고, 그다음이 어디로 갈지 정하는 일입니다.

계약서가 없어도 됩니다. 계약서를 주지 않은 것 자체가 위반이니까요. 대신 무슨 조건으로 일을 맡았는지는 다른 자료로 보여 드려야 합니다. 다음을 모아 두세요.

  • 주고받은 기록 : 발주서, 카카오톡, 문자, 이메일. 일을 언제 어떤 조건으로 맡았는지가 드러나는 것이면 됩니다.
  • 일을 마쳤다는 자료 : 납품 확인서, 검수 서류, 현장 사진, 작업일지.
  • 돈 관련 자료 : 세금계산서, 거래명세서, 입금 내역. 언제부터 밀렸는지 계산하려면 필요합니다.
  • 깎였다면 그 경위 : 단가를 내리자는 요청이 온 문서나 대화.

시간표를 먼저 보세요

하도급 문제는 날짜가 결과를 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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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금을 못 받았을 때의 시간표

대금을 못 받았을 때의 시간표하도급법이 정한 날짜 기준입니다. 목적물을 납품하거나 공사를 완공한 날부터 날짜를 세고, 지급기일은 늦어도 60일입니다. 60일을 넘긴 날부터는 연 15.5%의 지연이자가 붙고, 대금 2회분 이상을 지급하지 않으면 발주자에게 직접 지급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는 원칙적으로 거래가 끝난 날부터 3년 안의 건만 시작합니다.납품·완공지급기일61일부터2회분 안 주면거래 끝난 날0일60일연 15.5%직접 청구3년여기서부터 셉니다늦어도 이날까지지연이자가 붙습니다발주자에게조사 개시 마감하도급법 제13조 · 제14조 · 제23조 기준

네 번째 칸만은 날짜가 아니라 조건입니다. 2회분을 안 주면 그때부터 열립니다. 3년이 지나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원칙적으로 조사를 시작하지 않습니다. 다만 3년 안에 신고하거나 분쟁조정을 신청해 두었다면 그 뒤에도 조사를 시작할 수 있고, 기술자료에 관한 위반은 기간이 7년입니다. 이 3년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를 시작할 수 있는 기간이지, 대금을 달라는 청구가 사라지는 기간이 아닙니다.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시행 2026년 8월 11일), 공정거래위원회 「선급금 등 지연지급 시의 지연이율 고시」.

가장 중요한 건 마지막 칸입니다. 공정위는 원칙적으로 거래가 끝난 날부터 3년이 지난 건은 조사를 시작하지 않습니다. 기술자료에 관한 위반은 7년입니다. 여기서 “거래가 끝난 날”은 물건을 납품한 날, 용역을 마친 날, 공사가 완공된 날을 말하고, 중간에 계약이 깨졌다면 깨진 날입니다.

다만 숨통이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3년 안에 신고하거나 분쟁조정을 신청해 두면, 그 뒤에 3년이 지나도 조사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마감이 가까우면 일단 접수해 두는 게 맞습니다.

다른 하나는 더 중요합니다. 3년이 지났다고 돈을 못 받는 게 아닙니다. 이 3년은 공정위가 나서 줄 수 있는 기간이지, 대금을 달라는 청구가 사라지는 기간이 아니에요. 민사로 다투는 기간은 따로 계산합니다. 그러니 3년이 지났더라도 포기하지 마시고 남은 기간부터 확인해 보세요.

갈 수 있는 길은 세 갈래입니다

첫째, 발주자에게 직접 달라고 하는 방법. 원청을 건너뛰고 맨 위 주문자에게 청구하는 겁니다. 아무 때나 되는 건 아니고 다음 경우에 됩니다.

  • 원청이 부도나거나 지급정지 상태이거나 면허가 취소돼 돈을 줄 수 없게 된 경우
  • 원청이 대금을 2회분 이상 안 준 경우
  • 발주자·원청·하청 셋이 직접 지급하기로 합의한 경우
  • 건설공사에서 원청이 대금 지급보증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지급보증은 원청이 돈을 못 주게 될 때를 대비해 보증기관이 대신 물어 주도록 미리 들어 두는 보증입니다

이 중 “2회분 이상”을 모르시는 분이 많습니다. 두 번치를 안 준 시점부터는 위쪽에 직접 청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한도가 있습니다. 발주자가 원청에게 아직 줄 돈이 남아 있어야 받을 수 있습니다. 발주자가 이미 원청에게 다 준 뒤라면 이 방법은 쓰기 어렵고, 일부만 남았다면 그 남은 만큼만 나옵니다. 그래서 원청이 흔들린다는 신호가 보이면 빨리 움직이는 게 중요합니다.

둘째, 분쟁조정을 신청하는 방법.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신청하면 조정위원회가 양쪽 얘기를 듣고 조정안을 냅니다. 신청은 우편·방문·온라인으로 되고 상담 전화는 1588-1490입니다. 접수일부터 60일 안에 끝내는 것이 원칙이고, 양쪽이 동의하면 90일까지 늘어납니다. 2025년 한 해 하도급 분야 조정 접수만 1,040건이었으니, 드물게 쓰는 절차가 아닙니다.

돈의 규모가 크거나 이미 소송까지 생각하고 계시다면 비용도 미리 가늠해 보시는 게 좋습니다. 공사대금 변호사 선임 비용, 얼마나 들까요착수금과 성공보수 기준을 정리해 두었습니다.

셋째, 공정위에 신고하는 방법. 조사 결과 위반이 확인되면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합니다. 그리고 이건 꼭 알아 두셔야 하는데, 공정위의 시정명령에는 “하도급대금 등을 지급하라”는 명령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돈을 받는 것과 무관한 절차가 아니라는 뜻이죠.

💡 신고하면 보복당하지 않을까요

이게 가장 많이 듣는 걱정입니다. 법은 이 부분을 따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신고했다는 이유로, 조정을 신청했다는 이유로, 조사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실태조사에 자료를 냈다는 이유로 일감을 줄이거나 거래를 끊거나 불이익을 주는 것은 그 자체로 별개의 위반입니다.

게다가 보복은 하도급법에서 무겁게 다루는 축에 듭니다. 손해의 3배까지 배상 대상이고, 3억 원 이하 벌금으로 형사처벌 대상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현실적인 불안은 남습니다. 그래서 조정과 신고 중 무엇으로 갈지, 언제 움직일지를 정하는 게 실제로는 가장 중요한 판단이 됩니다.

혼자 판단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런 사건에서 결과를 가르는 건 억울함의 크기가 아니라, 내 사건이 어느 유형에 놓이는지와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입니다.

같은 “돈을 못 받았다”도 단순 지연인지, 부당하게 깎인 것인지, 발주 자체가 취소된 것인지에 따라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달라집니다. 앞의 것은 원금과 이자지만, 뒤의 것들은 손해의 3배까지 열려 있으니까요.

💡 법무법인 최선 한마디

상담에서 가장 아쉬운 순간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거래가 끝난 지 3년이 지나 찾아오시는 경우입니다. 그동안 여러 번 요청은 하셨는데 접수는 안 해 두신 거죠. 조정 신청서 한 장을 넣어 두셨으면 공정위 쪽 길이 열려 있었을 사건입니다. 물론 그 길이 닫혔다고 끝은 아니고, 민사로 다투는 기간은 따로 봅니다.

다른 하나는 원금만 받고 정리하신 경우입니다. 60일을 훌쩍 넘겨 받으셨으면 연 15.5%의 지연이자가 함께 나왔어야 하는 돈인데, 원금이 들어온 것만으로 마무리하신 겁니다.

그래서 먼저 할 일은 두 가지입니다. 거래가 끝난 날짜를 확인하는 일, 그리고 내가 당한 게 어느 유형인지 가려 보는 일입니다. 이 둘이 정리되면 갈 길은 대체로 분명해집니다.

등록 없이 공사를 맡은 문제가 함께 걸려 있다면 무등록 건설업, 5년 이하 징역까지 처벌됩니다도 함께 확인해 보세요. 대금을 받는 문제와 별개로 처벌이 따라올 수 있는 사안입니다.

법무법인 최선은 서울 서초동에서 기업 간 거래 분쟁을 다루고 있습니다. 상담은 02-6952-4377로 연락 주시면 됩니다.


자주 하는 질문

계약서가 없는데도 신고할 수 있나요?

할 수 있습니다. 계약서를 주지 않은 것 자체가 하도급법 위반이기 때문입니다. 두산 사건도 대금을 떼먹은 게 아니라 계약 서면을 제때 주지 않은 것만으로 과징금 2억 3,000만 원이 나온 사건입니다. 다만 무슨 조건으로 일을 맡았는지는 어떻게든 보여 드려야 하니, 카카오톡·문자·이메일·세금계산서·현장 사진을 모아 두세요. 그리고 지금이라도 “이런 조건으로 맡았다”는 내용을 서면으로 통지해 두세요. 원청이 15일 안에 답하지 않으면 일단 그 내용대로 맡긴 것으로 인정받고 시작합니다. 절대적인 건 아니어서 원청이 반대 증거를 내면 뒤집힐 수 있으니, 자료를 함께 갖춰 두시는 게 좋습니다.

공정위에 신고하면 제 돈을 받아 주나요?

공정위는 채권 추심 기관이 아니지만, 지급을 명할 수는 있습니다. 공정위가 내리는 시정명령에는 “하도급대금 등을 지급하라”는 내용이 들어갈 수 있고, 이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1억 5,000만 원 이하의 벌금 대상이 됩니다. 다만 명령을 받고도 돈이 없어 못 주는 경우까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돈을 확실히 받는 게 목적이라면 조정이나 민사소송을 함께 놓고 보는 편이 낫습니다.

분쟁조정과 공정위 신고 중 뭐가 빠른가요?

기간만 보면 조정이 빠릅니다. 조정은 접수일부터 60일 안에 마치는 것이 원칙이고 양쪽이 동의하면 90일까지입니다. 공정위 조사는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훨씬 오래 걸립니다. 대신 조정은 상대가 응하지 않거나 조정안을 거부하면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돈을 빨리 받는 게 목적이면 조정, 재발을 막고 제재까지 원하면 신고로 방향이 갈립니다. 참고로 조정을 신청하기 전에 이미 공정위가 조사를 시작한 사건이라면, 조정 신청은 내용을 따져 보지도 않고 돌려보냅니다. 두 절차를 겹쳐 돌리지 않는다는 뜻이니 순서를 정해 움직이셔야 합니다.

이미 원금은 받았는데 지연이자를 따로 청구할 수 있나요?

있습니다. 지연이자는 청구해야 생기는 돈이 아니라 원래 줬어야 하는 돈입니다. 물건을 받은 날부터 60일을 넘겨 지급했다면, 그 초과 기간에 대해 연 15.5%로 계산한 이자가 따라붙습니다. 라인건설 사건도 원금은 다 지급된 상태에서 이자만 문제가 된 건이었고, 64개 업체 몫을 합치니 11억 6,184만 원이었습니다. 다만 공정위 조사를 통해 다투려면 거래가 끝난 날부터 3년이라는 시한이 있으니, 날짜부터 확인해 보세요.

양쪽 다 작은 회사인데도 하도급법이 적용되나요?

적용될 수 있습니다. 하도급법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만 적용되는 법이 아닙니다. 중소기업끼리라도 직전 사업연도 매출이 더 큰 쪽이 더 작은 쪽에 일을 맡겼다면 큰 쪽이 원청이 됩니다. 건설의 경우 매출 대신 시공능력평가액을 놓고 비교합니다. 다만 맡긴 쪽의 규모가 아주 작으면 빠지는데, 그 선은 제조·수리 매출 30억 원, 용역 매출 10억 원, 건설 시공능력평가액 45억 원입니다. 이 선을 넘는 회사가 나보다 작은 회사에 맡겼다면 하도급법이 적용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우리는 둘 다 작은 회사라 해당 없다”고 넘겼다가 시한을 놓치는 경우가 있으니, 매출 규모부터 비교해 보세요.

참고자료

※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된 자료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자문이나 사건 결과 보장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법령·판례 및 사실관계에 따라 적용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안은 변호사 등 전문가와 상담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의 열람 또는 문의만으로는 위임계약 체결 전까지 변호사와 의뢰인 관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