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작년에 치매 진단을 받으셨어요. 아직 대화는 되시는데, 지금 유언을 남겨 두면 나중에 다 소용없어지는 건가요?”
“아버지 돌아가시고 나서 유언장이 나왔습니다. 형한테 전부 준다고 돼 있는데, 그때 아버지는 저를 못 알아보셨거든요.”
정반대 자리에 서 있는 두 질문인데, 법원이 보는 지점은 똑같습니다. 유언을 하던 그날, 그 사람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느냐입니다.
먼저 가장 큰 오해부터 정리하겠습니다. 치매 진단서가 있다고 해서 유언을 못 하는 것이 아닙니다. 반대로 진단서가 없다고 해서 그 유언이 무조건 유효한 것도 아니고요. 법원은 병명을 보지 않고, 유언하던 순간의 상태를 봅니다. 그래서 같은 진단을 받은 분이라도 어떤 유언은 남고 어떤 유언은 깨집니다.
이 차이를 모르면 양쪽 다 손해를 봅니다. 남기려는 쪽은 “이제 늦었다”며 아직 할 수 있는 시기를 그냥 흘려보내고요, 다투려는 쪽은 “이건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니까 당연히 깨지겠지”라고 생각하다가 정작 필요한 기록이 사라진 뒤에 움직입니다.
이 글에서는 법원이 실제로 무엇을 보는지, 지금 유언을 남긴다면 어떤 방식이 안전한지, 이미 나온 유언장이 이상할 때 무엇부터 챙겨야 하는지를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법률 용어는 되도록 걷어내고 썼습니다.
AI 요약
- 병명이 아니라 그날의 상태를 봅니다. 법원은 “자기 행위의 의미와 결과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었는지”를 보고, 이건 사건마다 따로 판단합니다. 그래서 치매 진단을 받은 분도 유언을 남길 수 있고, 진단이 없어도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 후견을 받고 있어도 유언은 할 수 있습니다. 의사가 유언서에 상태를 적어 주는 절차는 성년후견을 받는 분에게만 요구되고, 대법원은 그 결정이 확정되기 전이라면 이 절차도 필요 없다고 봤습니다. 그 사건에서 중등도 치매인 분이 직접 쓴 유언장은 유효로 인정됐습니다.
- 결론은 기록에서 갈립니다. 유언이 무효라고 주장하는 쪽이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유언 무렵의 진료기록과 인지기능 검사 결과, 유언 장면을 남긴 자료가 있느냐 없느냐가 결과를 바꿉니다.
치매 진단을 받으면 유언을 못 하나요
아닙니다. 진단서에 적힌 병명이 아니라, 유언을 하던 그날 그 순간의 상태를 봅니다.
대법원이 말한 기준은 이렇습니다. “자기 행위의 의미나 결과를 정상적인 인식력과 예기력을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이 있었는지를 보는데, 이건 “구체적인 법률행위와 관련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1다10113 판결).
말이 딱딱한데, 풀면 이런 뜻이에요. 같은 사람이라도 하는 일마다 따로 본다는 겁니다. 복잡한 투자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일은 어려워도, 평생 살던 집을 막내에게 주겠다는 판단은 할 수 있는 상태가 있거든요. 법원은 “이 사람이 치매냐 아니냐”를 묻지 않고 “이 사람이 이 유언을 할 수 있었느냐”를 묻습니다.
그래서 실제 재판에서 확인하는 건 결국 세 가지로 모입니다.
- 유언이 무슨 일인지 알고 있었는가 : 내가 죽은 뒤에 재산이 이 사람에게 간다는 것, 그러니까 지금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는지요.
- 자기 재산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는가 : 집이 어디에 있는지, 예금이 대략 얼마인지 정도의 감각입니다. 원 단위까지 정확할 필요는 없습니다.
- 누구에게 남기는지, 그 사람과 어떤 사이인지 알고 있었는가 : 받는 사람이 누구이고 나와 어떤 관계인지를 알고 있었는지요.
이걸 확인하려고 법원이 들여다보는 자료는 정해져 있습니다. 유언 무렵의 진료기록과 처방 내역, 인지기능 검사 결과(간이정신상태검사, 흔히 K-MMSE라고 부르는 검사 등), 유언 내용 자체가 납득이 되는지, 당시 정황, 그리고 곁에 있던 사람들의 진술이죠.
여기서 꼭 구분하셔야 할 게 하나 있습니다.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과 판단할 수 없는 것은 층위가 다릅니다. 어제 점심 메뉴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과, 내 집을 누구에게 줄지 정하지 못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예요. 아래 숫자가 그 차이를 잘 보여줍니다.
65세 이상에서 치매를 앓는 분의 비율은 2016년 9.50%에서 2023년 9.25%로 거의 그대로인데,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는 22.25%에서 28.42%로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보건복지부·중앙치매센터 「2023년 치매역학조사 및 실태조사 결과」, 2025년 3월 13일 발표).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이나 판단력이 또래보다 떨어지긴 해도 치매가 아닙니다. 일상생활을 스스로 해내는 단계이고요. 그러니 “요즘 깜빡하신다”는 사정만으로 유언을 접을 이유는 없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국내 치매 환자는 2026년 101만 명으로 처음 100만 명을 넘고, 2044년에는 2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계됐습니다. 그만큼 이 문제를 마주하는 가족이 계속 늘어난다는 뜻이죠.
그런데 진단과는 별개로, 법원에서 성년후견을 시작하라는 결정을 받은 경우에는 조건이 하나 더 붙습니다.
성년후견이 시작되면 조건이 하나 붙습니다
법원에서 성년후견을 시작하라는 결정이 확정된 뒤에만, 의사가 유언서에 “이때는 정신이 돌아와 있었다”고 적어 주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법은 이렇게 정하고 있습니다. 성년후견을 받는 분은 정신이 회복된 때에만 유언할 수 있고, 이 경우에는 의사가 그 회복 상태를 유언서에 덧붙여 적고 서명과 도장을 찍어야 한다고요(민법 제1063조). 이 절차가 빠지면 유언이 무효가 됩니다.
한정후견을 받는 분에게는 이 절차가 요구되지 않습니다. 조문이 대상으로 삼은 것은 성년후견을 받는 분뿐이거든요. 한정후견이라면 의사가 적어 주는 절차 없이도, 그날 판단할 수 있는 상태였는지만 놓고 봅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그럼 후견을 받으면 유언은 끝난 거네”라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실제로는 반대입니다.
대법원은 아직 후견을 시작하라는 심판이 확정되기 전이라면 이 절차(법에서는 의사의 ‘부기’라고 합니다)가 필요 없다고 했습니다(대법원 2022. 12. 1. 선고 2022다261237 판결). 그 사건은 이랬습니다. 유언을 한 분은 중등도 치매 진단을 받은 상태였고, 법원에 후견 개시 청구가 들어가 임시후견인까지 선임돼 있었어요. 그 상황에서 본인이 직접 손으로 유언장을 썼습니다. 나중에 그 유언장의 효력이 다퉈졌는데, 대법원은 후견인의 동의가 없어도 유효하다고 봤습니다.
판결문의 표현은 이렇습니다. “피성년후견인 또는 피한정후견인은 의사능력이 있는 한 성년후견인 또는 한정후견인의 동의 없이도 유언을 할 수 있다.” 쉽게 옮기면, 후견을 받는 사람이라도 그날 판단할 수 있는 상태였다면 후견인에게 허락을 받지 않고 유언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유언은 본인만 할 수 있는 일이라서 그렇습니다.
💡 많이 오해하시는 두 가지
“치매 진단서가 있으면 공증을 못 받는다” 는 사실이 아닙니다. 진단서가 곧 결론이 되지 않습니다. 공증인이 그 자리에서 유언자와 대화해 보고 뜻이 분명히 확인되면 진행됩니다.
“후견을 받고 있으면 유언을 아예 못 한다” 도 사실이 아닙니다. 후견을 받고 있어도 유언은 할 수 있고, 다만 성년후견을 시작하라는 결정이 확정된 뒤라면 의사가 상태를 적어 주는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심판이 확정되기 전이거나 한정후견이라면 그 절차까지는 요구되지 않습니다.
하나만 더 구분해 두겠습니다. 후견을 시작할지 정할 때는 법원이 의사에게 정신상태 감정을 맡겨서 판단합니다(가사소송법 제45조의2). 이 감정은 후견을 시작할지 정하는 절차이지, 유언을 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절차가 아닙니다. 감정 결과가 나빴다고 해서 그 사람의 유언이 자동으로 무효가 되지는 않아요. 앞에서 본 것처럼 유언은 유언대로 따로 봅니다.
여기까지가 “할 수 있느냐”의 문제였다면, 다음은 “어떻게 남기느냐”입니다. 이 부분에서 무너지는 유언이 의외로 많습니다.
지금 유언을 남긴다면 어떤 방식이 안전할까요
법이 정한 방식은 다섯 가지인데, 인지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한 분이 실제로 고를 만한 것은 둘입니다.
먼저 무서운 이야기부터 하겠습니다. 법이 정한 방식을 지키지 않으면, 본인의 진짜 뜻이 분명해도 그 유언은 무효입니다(민법 제1060조). 마음이 담긴 편지도, 가족이 다 아는 약속도 방식이 어긋나면 법적으로는 없는 것이 됩니다. 다섯 가지 방식은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입니다(민법 제1065조). 이 글에서는 이 중 실제로 많이 쓰는 자필증서와 공정증서를 먼저 보고, 나머지는 뒤에서 짧게 짚겠습니다.
직접 손으로 쓰는 방식
유언자가 전부 손으로 쓰고 도장을 찍어야 합니다. 내용 전문, 연월일, 주소, 성명을 모두 자기 손으로 써야 하고 거기에 날인까지 해야 합니다(민법 제1066조).
- 컴퓨터로 작성하면 무효입니다 : 워드로 쓰고 서명만 손으로 했다면 요건을 채우지 못합니다.
- 대필도 무효입니다 : 자녀가 받아쓰고 본인이 서명했다면 이 방식으로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 주소를 빠뜨리면 무효가 됩니다 : 날짜와 이름은 대개 쓰는데 주소를 빠뜨리는 일이 잦습니다. 다만 주소를 유언장 본문이 아니라 그 유언장을 담은 봉투에 적었더라도, 봉투와 유언장이 하나로 묶여 있다고 인정되면 요건을 채운 것으로 봅니다(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6다12848 판결).
- 날짜는 “2026년 9월 11일”처럼 특정돼야 합니다 : “2026년 9월”까지만 적은 유언장은 작성일을 특정할 수 없어 무효라고 본 대법원 판결이 있습니다(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9다9768 판결).
비용이 들지 않고 혼자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인데요, 뒤집어 말하면 아무도 곁에서 보지 않은 문서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나중에 다툼이 붙기 쉬운 방식이기도 하죠.
공증인 앞에서 남기는 방식
증인 두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공증인 앞에 진행하는 방식이고, 인지기능 저하가 시작된 분에게는 이쪽이 훨씬 안전합니다.
순서는 이렇게 흘러갑니다.
도표에 정리한 다섯 단계가 법이 요구하는 전부입니다. 증인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유언자가 자기 입으로 내용을 말하고, 공증인이 그걸 받아 적어 읽어 주고, 유언자와 증인이 맞다고 확인하고, 각자 서명하거나 도장을 찍는 것이죠(민법 제1068조).
이 방식이 안전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제3자인 공증인과 증인 두 사람이 그 자리를 함께 지켜본 기록이 남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그때 정신이 없으셨다”는 주장이 나와도, 공증인이 대화를 나누고 뜻을 확인했다는 기록이 그 주장을 막아 줍니다.
다만 여기서 사람들이 자주 무너지는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증인입니다.
증인이 될 수 없는 사람이 법에 정해져 있습니다(민법 제1072조).
- 미성년자
- 성년후견이나 한정후견을 받고 있는 사람
- 그 유언으로 이익을 받는 사람, 그리고 그 사람의 배우자와 직계혈족
세 번째를 꼭 기억하세요. 재산을 받게 될 자녀나 그 배우자가 증인석에 앉으면 유언 전체가 무효가 됩니다. 가장 믿음직한 사람을 증인으로 세우고 싶은 마음은 당연한데, 그 사람이 바로 법이 증인에서 빼 둔 사람일 수 있습니다. 유언으로 무엇을 받게 되는 사람은 전부 증인에서 빼야 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두 방식을 나란히 놓으면 이렇게 갈립니다.
| 비교 | 직접 손으로 쓰는 방식 | 공증인 앞에서 남기는 방식 |
|---|---|---|
| 비용 | 들지 않습니다 | 재산 규모에 따라 공증 수수료가 듭니다 |
| 증인 | 필요 없습니다 | 자격 있는 증인 두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
| 자주 무너지는 지점 | 주소 누락, 날짜 불특정, 컴퓨터 작성, 대필 | 증인 자격 미달, 유언자가 자기 입으로 내용을 전하지 못함 |
| 그날의 상태를 남기는 기록 | 남지 않습니다 | 공증인과 증인이 함께 확인한 기록이 남습니다 |
| 인지기능 저하가 있을 때 | 나중에 다툼이 붙기 쉽습니다 | 상대적으로 안전합니다 |
나머지 방식은 이렇습니다
녹음과 비밀증서는 쓸 수 있지만, 이것 하나만 믿기에는 약합니다.
- 녹음 : 유언자가 유언의 내용과 자기 이름, 날짜를 말하고, 함께한 증인이 그 유언이 정확하다는 것과 자기 이름을 말해야 합니다(민법 제1067조). 손으로 쓰기 어려워진 분에게 남는 방법인데요, 파일이 편집됐다는 주장이 나오기 쉽습니다.
- 비밀증서 : 내용을 봉해 두었다가 나중에 여는 방식입니다. 쓴 사람의 이름을 적은 증서를 봉해 도장을 찍고, 그것을 증인 두 사람 이상 앞에 내밀어 자기 유언서임을 밝히고, 봉투 겉면에 그날 날짜를 적어 유언자와 증인이 각자 서명하거나 도장을 찍은 뒤, 그 날짜로부터 5일 안에 공증인이나 법원서기에게 확정일자를 받아야 합니다(민법 제1069조). 단계가 많아 놓치기 쉽습니다.
마지막 수단인 방식
급박한 사유로 다른 방식을 쓸 수 없을 때만 쓰는 방식이 하나 있는데, 기대하지 마세요.
유언자가 두 사람 이상의 증인 앞에서 말로 유언하고 그중 한 사람이 받아 적는 방식입니다. 병원에서 갑자기 위독해졌을 때를 떠올리시면 됩니다. 받아 적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받아 적은 사람이 그것을 소리 내어 읽어 준 뒤 유언자와 증인이 정확하다고 확인하고 각자 서명하거나 도장을 찍어야 합니다(민법 제1070조).
그런데 법원은 이 방식을 아주 좁게 봅니다. 다른 방식을 쓰는 것이 객관적으로 가능했다면 인정하지 않습니다(대법원 1999. 9. 3. 선고 98다17800 판결). 공증인을 부를 시간이 있었다면 이 방식은 안 된다는 뜻이죠.
다만 최근에 대법원이 이 방식을 너무 좁게 본 하급심 판단을 되돌려보낸 사건이 있습니다. 그때 정말 글씨를 쓸 수 있었는지, 말이 나오는 상태였는지, 곁에서 도와줄 사람이 있었는지까지 따져 보고 판단하라는 것입니다(대법원 2026. 4. 2. 선고 2024다309430 판결). 길이 아주 닫혀 있지는 않다는 뜻인데요, 그래도 예외적인 방식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급박한 사유가 끝난 날부터 7일 안에 법원에 검인을 신청해야 합니다(민법 제1070조). 검인은 유언장이 어떤 모습인지 법원이 확인해 두는 절차입니다. 이 기간을 넘기면 그대로 무효입니다. 참고로 이 방식에는 앞에서 본 의사 부기 절차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인지기능 저하가 시작된 분이라면 미루지 말고 공증인 앞에서 남기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아직 대화가 되는 시기가 가장 좋은 시기예요. 그런데 이 방식으로 남겼는데도 깨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음 장이 그 이야기입니다.
고개만 끄덕인 유언은 왜 깨지나요
미리 써 온 서면을 읽어 주고 “예”라고만 답한 유언은, 원칙적으로 무효입니다.
법이 요구하는 건 유언자가 자기 입으로 내용을 전하는 것입니다(민법 제1068조). 공증인이 대신 말해 주고 본인은 듣기만 한 것으로는 부족해요. 이 지점에서 무너진 사건이 대법원까지 여러 번 올라왔습니다.
대법원은 원칙을 이렇게 세워 두었습니다. “제3자에 의하여 미리 작성된 유언의 취지가 적혀 있는 서면에 따라 유언자에게 질문을 하고 유언자가 동작이나 한두 마디의 간략한 답변으로 긍정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유언자가 자기 뜻을 말로 전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요(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5다75019, 75026 판결).
실제로 깨진 사건들을 보면 감이 잡히실 겁니다.
- 반혼수상태에서 고개만 끄덕인 경우 : 유언자가 반혼수상태였고, 공정증서를 읽어 준 뒤에도 아무 응답 없이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대법원은 무효로 봤습니다(대법원 1996. 4. 23. 선고 95다34514 판결).
- “음”, “어”라고만 답한 경우 : 이 정도 반응으로는 유언을 말로 전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다57899 판결).
그렇다면 공증인이 미리 서면을 준비해 오면 무조건 안 되는 걸까요. 그건 아닙니다.
예외적으로 유효하다고 본 사건들도 있습니다. 공증인이 유언자의 뜻을 미리 들어서 서면을 만들어 왔더라도, 그 서면을 가지고 질문을 해서 진짜 뜻을 확인하고 읽어 준 뒤, 유언자가 그 내용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상태였고, 유언 내용과 그렇게 되기까지의 경위로 보아 본인의 진정한 뜻이라고 인정된다면 유효하다는 것입니다(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7다51550, 51567 판결; 대법원 2008. 8. 11. 선고 2008다1712 판결). 두 사건 모두 유언자가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상태였다는 점과, 유언에 이르게 된 경위에 비추어 본인의 진정한 뜻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 근거가 됐습니다.
갈림길은 여기입니다. 미리 만들어 온 서면이 있었느냐가 아니라, 유언자가 그 자리에서 자기 뜻을 확인해 줄 수 있는 상태였느냐입니다. 서면이 있어도 본인이 또렷하게 답하고 확인했다면 살아남고, 서면이 없어도 본인이 반응하지 못했다면 깨집니다.
💡 남겨 두면 결론이 달라지는 것
유언 장면을 담은 영상 : 앞에서 본 2022년 대법원 사건에서, 원심인 광주고등법원(제주)은 “유언장 작성 당시를 촬영한 영상”을 근거의 하나로 들어 유언을 유효하다고 봤습니다(광주고등법원(제주) 2022. 7. 20. 선고 2021나11284 판결). 그날의 상태를 보여주는 가장 강한 자료입니다.
유언 무렵의 진료기록과 인지기능 검사 결과 : 유언한 날에 가까운 검사일수록 힘이 셉니다. 검사를 받으셨다면 결과지를 날짜와 함께 따로 보관해 두세요.
증인 자격에 문제가 없는 사람 두 명 : 재산을 받는 사람과 그 배우자, 직계혈족은 안 됩니다. 이것만 확인해도 무너질 사건 하나를 막습니다.
왜 그렇게 정했는지 설명해 두는 것 : 한 자녀에게 몰아주는 유언이라면 그 이유를 본인 말로 남겨 두세요. 유언 내용이 납득되는지도 법원이 보는 자료입니다.
지금까지가 유언을 남기려는 쪽 이야기였습니다. 이제 반대편으로 가 보겠습니다.
반대로 유언장이 이상하다고 느낄 때
유언이 무효라고 주장하는 쪽이, 그때 판단할 수 없는 상태였다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의사무능력을 이유로 법률행위의 무효를 주장하는 측은 그에 대하여 증명책임을 부담한다”고 분명히 했습니다(대법원 2022. 12. 1. 선고 2022다261237 판결). 쉽게 말하면 유언장이 일단 남아 있으면 출발선이 불리하다는 뜻이에요. 유언장을 들고 있는 쪽이 유효함을 증명하는 게 아니라, 이상하다고 느끼는 쪽이 무효임을 증명해야 합니다.
이 점을 모르면 시간을 놓치기 쉽습니다.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유언이니 당연히 깨지겠지” 하고 몇 달을 보내다가, 변호사를 만나고 나서야 증명할 자료를 찾기 시작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 사이에 진료기록 보관기간이 지나거나, 당시 상황을 아는 요양보호사가 그만두는 일이 생깁니다.
그래서 지금 바로 모으셔야 할 자료를 적어 둡니다.
- 유언 무렵 앞뒤의 진료기록과 처방 내역 : 유언한 날을 기준으로 앞뒤 몇 달치를 모두 받아 두세요. 어떤 약을 얼마나 쓰고 있었는지도 중요합니다.
- 인지기능 검사 결과와 검사 시점 : 간이정신상태검사 같은 결과지입니다. 유언한 날과 검사일이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가 결정적입니다.
-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의 간호 기록 : 매일의 상태가 적혀 있어서 진단서보다 구체적일 때가 많습니다.
- 장기요양등급 판정 자료 : 등급을 받으셨다면 판정 당시의 조사 자료를 함께 확인합니다.
- 당시 함께 있던 사람들의 진술 : 가족뿐 아니라 요양보호사, 간병인, 이웃처럼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일수록 무게가 있습니다.
- 유언장 자체의 형식 : 손으로 썼는지, 주소와 날짜와 도장이 다 갖춰졌는지, 증인이 자격 있는 사람이었는지요.
마지막 항목을 특히 강조하고 싶습니다. 형식부터 확인하는 편이 빠릅니다. 그날 판단할 수 있었는지를 다투는 건 감정과 증인 신문까지 가는 긴 싸움인데요, 손으로 쓰지 않았다거나, 주소가 빠졌다거나, 증인이 재산을 받는 사람의 배우자였다는 식의 형식 흠은 훨씬 빨리 결론이 납니다. 그러니 유언장을 보시면 내용에 화를 내기 전에 형식부터 한 줄씩 확인해 보세요.
이런 다툼이 늘고 있다는 건 숫자로도 보입니다.
상속재산을 어떻게 나눌지 법원에 심판을 청구한 건수는 2014년 771건에서 2025년 3,612건으로, 11년 사이 4.7배가 됐습니다(대법원 집계, 머니투데이 2026년 9월 9일 보도).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볼 건 증가폭이 아니라 금액대입니다. 같은 자료에서 상속재산이 1억 원 이하인 소액 분쟁이 2024년 2,604건에서 2025년 3,051건으로 처음 3,000건을 넘었거든요.
재산이 많아서 다투는 게 아닙니다. 집 한 채와 약간의 예금을 두고 형제들이 법원에 가는 일이 흔해졌다는 뜻이죠. 배경에는 인구 구조가 있습니다. 2025년 65세 이상 인구는 1,051만 4천 명으로 전체의 20.3%를 차지해 처음으로 20%를 넘었습니다(국가데이터처 「2025 고령자 통계」, 2025년 9월 29일).
절차는 두 갈래로 갑니다. 유언이 무효임을 확인해 달라는 소송을 법원에 낼 수 있고, 상속재산을 어떻게 나눌지는 가정법원의 심판으로 정합니다. 그런데 유언이 실제로 무효가 되면 그다음은 어떻게 될까요.
무효가 되면 그다음은 어떻게 되나요
유언이 없었던 것으로 돌아가서, 법이 정한 순서와 몫대로 나눕니다.
유언이 무효가 되면 그 유언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 됩니다. 그래서 상속인들이 법이 정한 순서와 비율에 따라 재산을 나누게 되죠. 배우자와 자녀가 있다면 자녀들이 1씩, 배우자가 1.5의 비율로 나누는 것이 기본입니다(민법 제1009조).
다만 이 비율이 무조건 강제되는 건 아닙니다. 상속인들이 합의하면 언제든 다르게 나눌 수 있습니다(민법 제1013조). 합의한 내용을 문서로 남기면 그대로 등기와 예금 명의 변경이 가능하고요. 합의가 안 되면 가정법원의 심판으로 넘어갑니다.
하나 덧붙이면, 유언 전부가 무효가 되는 경우만 있는 건 아닙니다. 여러 재산에 대해 각각 정해 둔 유언이라면 일부만 무효가 되고 나머지는 그대로 살아남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유언장을 받아 보셨다면 “이게 전부 깨지느냐”가 아니라 “어느 부분이 어떤 이유로 문제가 되느냐”로 접근하시는 편이 정확합니다.
하나 더, 손으로 쓴 유언장이나 녹음을 가지고 계시다면 먼저 할 일이 있습니다. 보관하고 있던 사람이나 발견한 사람은 돌아가신 뒤 지체 없이 법원에 그 유언장을 내고 검인을 청구해야 합니다(민법 제1091조). 검인은 유언장이 그때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법원이 확인해 두는 절차이고, 이것으로 유언이 유효해지거나 무효가 되지는 않습니다. 공증인 앞에서 남긴 유언에는 이 절차가 필요 없고요.
실제로 상속재산분할을 접수하려면 가족관계 서류부터 재산 목록까지 챙길 것이 적지 않은데요, 무엇이 필요한지는 상속재산분할 준비서류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이 유형의 사건에는 거의 항상 한 가지가 따라붙습니다. 돌아가시기 전에 이미 부동산이 한 자녀 앞으로 넘어가 있는 경우입니다.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들고 간 자녀가 부모 명의 부동산을 자기 앞으로 이전해 둔 상황이죠. 이것도 결국 “판단할 수 없는 상태에서 넘어간 서류”라는 같은 쟁점입니다. 이 부분은 부동산 대리 계약 무효에서 다뤘으니 함께 보시면 그림이 잡힙니다.
그런데 유언이 끝내 유효로 인정된다면 아무것도 못 받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유언이 유효해도 받을 수 있는 몫이 있습니다
유언이 유효해도, 가까운 가족에게는 법이 남겨 두는 최소한의 몫이 있습니다.
“전 재산을 큰아들에게 준다”는 유언이 유효하다고 인정돼도, 나머지 가족이 완전히 빈손이 되지는 않습니다. 법이 가까운 가족 몫으로 일정 부분을 떼어 두고 있거든요. 법에서는 이 몫을 유류분이라고 부릅니다. 그 몫을 침해당한 사람은 받아 간 사람에게 돌려 달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
떼어 두는 크기는 이렇게 정해져 있습니다(민법 제1112조).
- 자녀와 배우자 : 원래 받을 몫의 절반입니다.
- 부모 등 윗대 : 원래 받을 몫의 3분의 1입니다.
예를 들어 자녀가 둘인데 아버지가 전 재산 4억 원을 큰아들에게 준다고 유언했다면, 둘째의 원래 몫은 2억 원이고 그 절반인 1억 원을 큰아들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2026년에 달라진 네 가지
이 부분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네 군데가 바뀌었습니다. 더 받게 되는 쪽도 있고 아예 못 받게 되는 쪽도 있어서, 오래된 정보를 그대로 들고 계시면 낭패를 볼 수 있거든요. 하나씩 짚겠습니다.
첫째, 형제자매의 몫은 없어졌습니다. 예전에는 형제자매에게도 3분의 1의 몫이 인정됐는데요, 헌법재판소가 2024년 4월 25일 그 부분을 위헌으로 결정했습니다(헌법재판소 2024. 4. 25. 선고 2020헌가4 등 결정). 결정과 동시에 효력을 잃었고, 지금 법조문에서도 그 항목은 삭제돼 있습니다. 그러니 형제자매 사이에서는 이 청구가 나오지 않습니다.
둘째, 돌보지 않은 가족은 아예 상속에서 빠질 수 있게 됐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같은 결정에서, 부모를 전혀 돌보지 않은 가족에게까지 아무 조건 없이 최소한의 몫을 보장하는 것은 헌법에 맞지 않는다고도 했습니다. 그 몫을 잃게 하는 사유를 두지 않은 부분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것이었죠.
이와 별도로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제도가 있습니다.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했거나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사람에 대해 가정법원이 상속권 상실을 선고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민법 제1004조의2). 상속권을 잃으면 최소한의 몫도 함께 사라집니다. 처음에는 대상이 돌아가신 분의 부모 세대로 한정돼 있었는데요, 2026년 3월 17일 개정으로 모든 상속인까지 넓어졌습니다. 자녀도 대상이 된다는 뜻이죠. 2024년 4월 25일 이후에 시작된 상속이라면 넓어진 기준으로 봅니다.
여기서 이 글의 앞부분과 이어지는 대목이 있습니다. 본인이 직접 이 뜻을 남기려면 공증인 앞에서 하는 유언이어야 합니다. 법이 그 방식을 못 박아 두었거든요(민법 제1004조의2 제1항). 손으로 쓴 유언장에 “누구는 상속에서 빼 달라”고 적어 두는 것으로는 이 절차가 열리지 않습니다. 본인이 유언으로 남기지 않은 경우라도, 다른 상속인이 그런 사람이 상속인이 된 사실을 안 날부터 6개월 안에 법원에 청구할 수는 있습니다(민법 제1004조의2).
💡 이미 상속이 시작된 분께는 따로 정해 둔 기한이 있습니다
2024년 4월 25일부터 2026년 3월 16일 사이에 상속이 시작됐고, 2026년 3월 17일 전에 이미 이런 사유가 있는 사람이 상속인이 된 사실을 알고 계셨다면, 개정법이 시행된 2026년 3월 17일부터 6개월 안에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도록 따로 길을 열어 두었습니다. 날짜로 옮기면 2026년 9월 17일까지예요. 해당될 수 있다면 오늘 날짜부터 세어 보세요. (근거는 참고자료의 개정 민법 부칙에 적어 두었습니다.)
셋째, 돌려받는 방식이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재산 자체를 돌려받는 것이 원칙이었습니다. 부동산이라면 그 지분을 넘겨받는 식이었죠. 지금은 그 값어치를 돈으로 달라고 청구하는 방식으로 바뀌었고, 청구한 날부터 이자가 붙습니다(민법 제1115조). 그러니까 “부동산 지분을 돌려받는 것”이라고 알고 계셨다면 지금 법과 어긋납니다. 돈으로 계산해서 받는 것이라고 이해하셔야 해요.
다만 이 방식은 2026년 3월 17일 이후에 상속이 시작된 경우부터 적용됩니다. 그전에 돌아가신 경우라면 종전 방식으로 따지게 되니, 돌아가신 날짜를 먼저 확인하셔야 합니다.
넷째, 오래 모신 자녀가 받은 재산은 계산에서 빠질 수 있습니다. 몇 년 동안 부모를 모시고 병시중을 든 데 대한 보상으로 준 재산은 그 기여에 상응하는 범위에서 이 계산에 넣지 않습니다(민법 제1008조 단서). 이것도 2026년 3월 개정으로 들어갔고, 2024년 4월 25일 이후에 시작된 상속에도 적용됩니다.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기한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섞여 있어서 여기서 한 번에 정리하겠습니다.
기한이 있는 것
- 최소한의 몫을 청구하는 권리 : 상속이 시작된 사실과 문제되는 증여나 유증이 있었다는 사실을 안 날부터 1년, 그리고 상속이 시작된 때부터 10년이 지나면 사라집니다(민법 제1117조). 이 1년이 정말 짧습니다.
- 상속권이 침해된 경우 : 침해된 사실을 안 날부터 3년, 침해가 있은 날부터 10년이라는 별도의 기한도 있습니다(민법 제999조).
기한이 없는 것
- 유언이 무효임을 확인해 달라는 소송과 상속재산을 나누는 심판에는 법이 정해 둔 기한이 없습니다.
다만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확인을 구하는 소송에 기한이 없다는 것이지, 넘어간 재산을 되찾는 청구까지 기한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상속을 이유로 넘어간 등기를 지워 달라는 청구라면, 소송 이름이 무엇이든 위의 3년·10년을 적용한다는 것이 대법원 입장이거든요. 그러니 등기부를 떼어 등기원인이 ‘상속’으로 돼 있는지 ‘유증’으로 돼 있는지부터 확인하고, 날짜를 계산해 보신 뒤에 움직이셔야 합니다.
기한이 없다는 말을 “천천히 해도 된다”로 읽으시면 안 됩니다. 자료는 시간이 갈수록 사라집니다. 진료기록부는 10년, 간호기록부와 검사 기록은 5년, 처방전은 2년이 지나면 폐기될 수 있고(의료법 시행규칙 제15조), 당시를 아는 사람의 기억은 흐려지고, 요양시설 직원은 바뀝니다. 증명해야 하는 쪽이 다투는 쪽이라는 점을 다시 떠올리시면, 기한이 없어도 서두르는 편이 유리하다는 게 분명해집니다.
계산도 기한도 이렇게 얽혀 있어서, 어느 쪽에 서 계시든 결국 순서를 잡는 일이 먼저입니다.
혼자 판단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사건은 병명이 아니라 기록에서 갈립니다. 같은 진단서를 들고도 유언이 그대로 남는 경우와 깨지는 경우로 나뉘는데, 그 차이는 그날의 상태를 보여주는 자료가 남아 있느냐에서 생깁니다.
💡 법무법인 최선 한마디
상담에서 가장 안타까운 장면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아직 대화가 충분히 되는 단계인데 “치매 진단이 나왔으니 이제 공증은 안 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듣고 지레 포기하셨다가, 정말 어려워진 뒤에 찾아오시는 경우입니다. 다른 하나는 유언장을 보고 “이건 말이 안 된다”며 몇 달을 감정으로 보내다가, 진료기록이 폐기된 뒤에야 오시는 경우고요. 두 분 다 처음 마음은 옳았는데 시점이 어긋났습니다.
유언을 남기려는 쪽이라면 지금 할 일은 세 가지입니다. 인지기능 검사 결과를 날짜와 함께 받아 두는 일, 증인 자격에 문제가 없는 사람 두 명을 미리 정해 두는 일, 그리고 유언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남겨 두는 일입니다.
다투려는 쪽이라면 역시 세 가지입니다. 진료기록 사본을 먼저 확보하는 일, 유언장의 형식부터 확인하는 일, 그리고 기한이 걸리는 청구가 있는지 날짜를 계산해 보는 일입니다.
어느 쪽이든 혼자 판단을 내리기 전에 자료부터 모아 두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상속과 유언 사건은 같은 사실관계라도 어느 쪽으로 구성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져서, 경험 많은 변호사와 초기에 방향을 잡아 두시는 게 시간과 비용을 아끼는 길입니다. 상담은 02-6952-4377로 연락 주시면 됩니다.
자주 하는 질문
치매 진단을 받은 어머니가 지금 공증 유언을 할 수 있나요?
진단서가 있다는 것만으로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 공증인이 그 자리에서 어머니와 대화해 뜻을 확인할 수 있다면 진행됩니다.
다만 나중에 다툼이 생길 가능성을 생각하면, 지금 해 두실 준비가 있습니다. 유언하는 날과 가까운 시점에 인지기능 검사를 받아 결과지를 날짜와 함께 보관하시고, 증인 두 사람은 재산을 받게 될 자녀나 그 배우자가 아닌 사람으로 정하세요. 가능하다면 그날 장면을 영상으로 남겨 두시면 좋습니다.
그리고 서두르시는 게 맞습니다. 대화가 되는 시기는 지금이 가장 길게 남아 있는 때니까요. 미루는 동안 선택지가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이미 후견을 받고 있는데 유언을 남길 수 있나요?
있습니다. 다만 어느 단계인지에 따라 필요한 절차가 다릅니다.
법원에서 성년후견을 시작하라는 심판이 확정된 뒤라면, 의사가 유언서에 “이때는 정신이 회복돼 있었다”는 취지를 적고 서명과 도장을 해 주어야 합니다. 이 절차가 빠지면 무효가 됩니다. 한정후견을 받고 계신 분에게는 이 절차가 요구되지 않습니다.
반면 후견 개시 청구는 들어가 있지만 아직 심판이 확정되기 전이라면, 대법원은 이 의사 부기 절차가 필요 없다고 봤습니다(대법원 2022. 12. 1. 선고 2022다261237 판결). 그 사건에서는 임시후견인이 선임된 상태에서 본인이 직접 쓴 유언장을 두고, 후견인의 동의가 없어도 유효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성년후견이 시작되면 조건이 하나 붙습니다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아버지가 큰형에게 전부 준다고 유언했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못 받나요?
아닙니다. 원래 받을 몫의 절반은 청구할 수 있습니다.
자녀와 배우자는 법이 정한 자기 몫의 절반을, 부모 등 윗대는 3분의 1을 최소한의 몫으로 보장받습니다. 형제가 둘이고 재산이 4억 원이라면, 원래 몫 2억 원의 절반인 1억 원이 기준이 됩니다.
한 가지 바뀐 점을 알아 두세요. 2026년 3월 17일부터는 부동산 지분을 돌려받는 게 아니라 그 값어치를 돈으로 달라고 청구하는 방식이고, 청구한 날부터 이자가 붙습니다.
다만 이 방식은 그날 이후에 돌아가신 경우부터 적용됩니다. 그전에 상속이 시작됐다면 종전대로 재산 자체를 돌려받는 쪽으로 따지게 되니, 돌아가신 날짜부터 확인해 보세요.
기한이 짧다는 점도 꼭 기억하세요. 상속이 시작된 것과 문제되는 증여나 유증 사실을 안 날부터 1년이면 이 권리가 사라집니다.
유언이 무효라는 걸 어떻게 증명하나요?
무효라고 주장하는 쪽이 증명해야 합니다. 유언장이 남아 있으면 출발선이 불리하다는 뜻이에요.
먼저 형식부터 보세요. 손으로 전부 쓰지 않았거나, 주소나 날짜가 빠졌거나, 도장이 없거나, 증인이 재산을 받는 사람의 배우자였다면 그것만으로 결론이 나기도 합니다. 그날의 판단 능력을 다투는 것보다 훨씬 빠릅니다.
형식에 문제가 없다면 그날의 상태를 보여주는 자료를 모읍니다. 유언 무렵 앞뒤의 진료기록과 처방 내역, 인지기능 검사 결과와 검사일, 요양시설의 간호 기록, 장기요양등급 판정 자료, 당시 함께 있던 사람들의 진술이죠. 무엇을 어떻게 챙길지는 반대로 유언장이 이상하다고 느낄 때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기록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집니다. 마음을 정하기 전에 자료부터 확보해 두시는 게 순서입니다.
유언장에 도장 대신 지장(손도장)을 찍었는데 괜찮나요?
괜찮습니다. 대법원은 손도장을 찍은 것도 날인으로 인정합니다(대법원 1998. 5. 29. 선고 97다38503 판결). 손으로 쓰는 방식의 유언은 내용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직접 쓰고 날인해야 하는데, 그 날인을 도장 대신 손도장으로 해도 요건을 채운 것으로 봅니다.
다만 실제로 문제가 되는 지점은 따로 있어요. 그 손도장이 돌아가신 분의 것이 맞느냐입니다. 뒤에 나온 한 사건(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6다12848 판결)에서는 유언장에 찍힌 손도장이 본인의 것이라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유언의 효력이 부정됐습니다. 도장은 인감증명서로 맞춰 볼 수 있지만 손도장은 그 확인이 훨씬 어렵거든요.
그러니 앞으로 작성하신다면 인감도장이나 평소 쓰는 도장을 쓰시는 편이 깔끔합니다. 이미 손도장이 찍힌 유언장을 들고 계시다면, 손도장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 주소와 날짜 같은 다른 요건이 갖춰졌는지부터 확인해 보세요.
참고자료
- 국가법령정보센터|민법 제1060조(유언의 요식성), 유언은 법이 정한 방식에 의하지 아니하면 효력이 발생하지 아니함
- 국가법령정보센터|민법 제1063조(피성년후견인의 유언능력), 적용 대상은 피성년후견인이며 의사능력이 회복된 때에만 유언할 수 있고 의사가 심신회복 상태를 유언서에 부기하고 서명날인하여야 함
- 국가법령정보센터|민법 제1065조(유언의 보통방식), 자필증서·녹음·공정증서·비밀증서·구수증서의 다섯 가지
- 국가법령정보센터|민법 제1066조(자필증서에 의한 유언), 전문과 연월일·주소·성명을 자서하고 날인하여야 함
- 국가법령정보센터|민법 제1067조(녹음에 의한 유언),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와 성명·연월일을 구술하고 증인이 유언의 정확함과 성명을 구술하여야 함
- 국가법령정보센터|민법 제1069조(비밀증서에 의한 유언), 필자의 성명을 기입한 증서를 엄봉날인하여 증인 2인 이상의 면전에 제출하고 봉서 표면에 제출연월일을 기재하여야 하며, 그 날부터 5일 내에 공증인 또는 법원서기에게 제출하여 확정일자인을 받아야 함
- 국가법령정보센터|민법 제1091조(유언증서, 녹음의 검인), 유언의 증서나 녹음을 보관하거나 발견한 사람은 유언자의 사망 후 지체 없이 법원에 제출하여 검인을 청구하여야 하며, 공정증서·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에는 적용하지 아니함
- 국가법령정보센터|민법 제1068조(공정증서에 의한 유언), 증인 2인이 참여한 공증인의 면전에서 유언의 취지를 구수하고 공증인이 필기낭독하여 승인한 후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
- 국가법령정보센터|민법 제1070조(구수증서에 의한 유언), 질병 기타 급박한 사유로 다른 방식에 의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며 급박한 사유가 종료한 날부터 7일 내에 법원의 검인을 신청하여야 함, 제3항은 제1063조 제2항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
- 국가법령정보센터|민법 제1072조(증인의 결격사유), 미성년자, 피성년후견인과 피한정후견인, 유언으로 이익을 받을 사람과 그 배우자 및 직계혈족
- 국가법령정보센터|민법 제1004조의2(상속권 상실 선고),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상속인에 대하여 피상속인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으로 상속권 상실의 의사를 표시할 수 있고, 그러한 유언이 없었던 경우 공동상속인이 그 사실을 안 날부터 6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청구할 수 있음. 법률 제20432호(2024. 9. 20. 개정)로 신설되어 2026. 1. 1. 시행되었고, 대상이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으로 한정되어 있던 것이 법률 제21454호(2026. 3. 17. 시행)로 모든 상속인까지 확대됨
- 국가법령정보센터|민법 부칙 제21454호, 2026. 3. 17. 제2조(제1008조 단서 및 제1004조의2 개정규정은 2024. 4. 25. 이후 상속이 개시되는 경우에도 적용), 제3조(제1115조 제1항 개정규정은 시행 이후 상속이 개시되는 경우부터 적용), 제4조(2024. 4. 25. 이후 시행 전에 상속이 개시되고 시행 전에 사유를 안 공동상속인은 시행일부터 6개월 이내에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음)
- 국가법령정보센터|민법 제1009조(법정상속분), 동순위 상속인이 여럿이면 균분, 배우자는 직계비속과 공동상속하는 때에는 직계비속 상속분의 5할을 가산
- 국가법령정보센터|민법 제1013조(협의에 의한 분할), 공동상속인은 언제든지 협의에 의하여 상속재산을 분할할 수 있음
- 국가법령정보센터|민법 제1112조(유류분의 권리자와 유류분), 직계비속과 배우자는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직계존속은 3분의 1, 형제자매 부분은 삭제
- 국가법령정보센터|민법 제1115조(유류분의 보전), 부족한 한도에서 그 재산의 가액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고 이 경우 가액의 지급을 청구한 날부터 이자를 가산
- 국가법령정보센터|민법 제1117조(소멸시효), 상속의 개시와 반환하여야 할 증여 또는 유증을 한 사실을 안 때부터 1년, 상속이 개시한 때부터 10년
- 국가법령정보센터|민법 제999조(상속회복청구권), 침해를 안 날부터 3년, 상속권의 침해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
- 국가법령정보센터|민법 제1008조 단서, 공동상속인 중 피상속인을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하거나 재산의 유지·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사람에게 그 보상으로 이루어진 증여는 산입하지 아니함
- 국가법령정보센터|가사소송법 제45조의2(정신상태의 감정 등), 성년후견·한정후견 개시 심판에서 의사에게 정신상태를 감정하게 하여야 함
- 국가법령정보센터|의료법 시행규칙 제15조(진료기록부 등의 보존), 진료기록부 10년, 수술기록 10년, 환자 명부·검사내용 및 검사소견기록·간호기록부 각 5년, 처방전 2년
- 대법원|1991. 12. 24. 선고 90다5740 전원합의체 판결, 상속을 원인으로 하는 재산권 귀속을 주장하며 등기말소 등을 구하는 청구는 그 청구원인 여하에 불구하고 민법 제999조의 상속회복청구의 소에 해당함
- 대법원|2014. 1. 23. 선고 2013다68948 판결, 공동상속인 중 1인 명의의 등기가 상속을 원인으로 경료된 이상 그 공동상속인도 참칭상속인에 해당하고 그 말소청구는 상속회복청구의 소에 해당함
- 대법원|2002. 10. 11. 선고 2001다10113 판결, 의사능력의 의미와 “구체적인 법률행위와 관련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는 기준
- 대법원|2022. 12. 1. 선고 2022다261237 판결, 후견 개시 심판 확정 전에는 민법 제1063조 제2항의 의사 부기 요건이 적용되지 아니함, 피성년후견인·피한정후견인은 의사능력이 있는 한 후견인의 동의 없이 유언할 수 있음, 의사무능력을 이유로 무효를 주장하는 측의 증명책임
- 광주고등법원(제주)|2022. 7. 20. 선고 2021나11284 판결, 위 대법원 사건의 원심, 유언장 작성 당시를 촬영한 영상을 판단 근거의 하나로 고려
- 대법원|2008. 2. 28. 선고 2005다75019, 75026 판결, 제3자가 미리 작성한 서면에 따라 질문하고 동작이나 간략한 답변으로 긍정한 경우 원칙적으로 유언취지의 구수로 보기 어려움
- 대법원|1996. 4. 23. 선고 95다34514 판결, 반혼수상태에서 공정증서를 낭독한 뒤 응답 없이 고개만 끄덕인 유언은 무효
- 대법원|2006. 3. 9. 선고 2005다57899 판결, “음”, “어”라는 답변만으로는 유언취지의 구수로 볼 수 없음
- 대법원|2007. 10. 25. 선고 2007다51550, 51567 판결, 공증인이 미리 작성한 서면으로 질문하여 진의를 확인하고 낭독한 경우 예외적으로 유효
- 대법원|2008. 8. 11. 선고 2008다1712 판결, 유언자가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상태였고 유언 내용과 경위에 비추어 진정한 의사에 기한 것으로 인정되면 유효
- 대법원|1999. 9. 3. 선고 98다17800 판결,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은 다른 방식에 의한 유언이 객관적으로 가능한 경우에는 허용되지 아니함
- 대법원|2026. 4. 2. 선고 2024다309430 판결,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에서 “질병 기타 급박한 사유”의 판단 시 전반적인 건강 상태, 질병의 악화 정도, 거동·필기행위의 가능성, 호흡·발음기관의 장애 정도, 유언자가 주도적으로 유언 내용과 성명·연월일을 구술할 수 있었는지, 제3자의 도움이 필요·가능하였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함
- 대법원|1998. 5. 29. 선고 97다38503 판결,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의 날인은 무인(손도장)에 의한 경우에도 유효함
- 대법원|2007. 10. 25. 선고 2006다12848 판결, 위 법리를 재확인하면서 유언자의 것임이 인정되지 않는 무인이 찍히고 주소가 자서되지 아니한 유언증서의 효력을 부정함, 주소는 유언증서와 일체성이 인정되는 봉투에 기재하여도 무방함
- 대법원|2009. 5. 14. 선고 2009다9768 판결, 연·월만 적고 일의 기재가 없는 자필유언증서는 작성일을 특정할 수 없어 효력이 없음
- 헌법재판소|2024. 4. 25. 선고 2020헌가4 등 결정, 주문 2항은 민법 제1112조 제4호(형제자매의 유류분)를 위헌으로, 주문 3항은 제1112조 제1호부터 제3호 및 제1118조를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선언하면서 2025.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하도록 함. 이에 따라 2026. 3. 17. 법률 제21454호로 민법이 개정됨
- 보건복지부·중앙치매센터|2023년 치매역학조사 및 실태조사 결과(2025년 3월 13일 발표), 65세 이상 치매 유병률 2016년 9.50%에서 2023년 9.25%, 경도인지장애 유병률 22.25%에서 28.42%, 치매환자 수 2026년 101만 명 추계 및 2044년 200만 명 추계
- 국가데이터처|2025 고령자 통계(2025년 9월 29일), 65세 이상 인구 1,051만 4천 명으로 총인구의 20.3%
- 머니투데이|상속 분쟁 관련 보도(2026년 9월 9일), 원자료 대법원 집계, 상속재산분할 심판 접수 2014년 771건에서 2025년 3,612건, 상속재산 1억 원 이하 사건 2024년 2,604건에서 2025년 3,051건
※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된 자료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자문이나 사건 결과 보장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법령·판례 및 사실관계에 따라 적용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안은 변호사 등 전문가와 상담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의 열람 또는 문의만으로는 위임계약 체결 전까지 변호사와 의뢰인 관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