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도 없었는데, 돈을 안 주면 성추행으로 신고하겠답니다.”
“그냥 돈 주고 조용히 끝내는 게 나을까요?”
성추행 신고를 하겠다며 돈을 요구받은 의뢰인들이 자주 하시는 말씀입니다.
답부터 드리면, 돈을 먼저 보내거나 사과하지 마십시오. 돈을 줘도 신고를 막을 수 없고, 사과는 나중에 불리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돈을 요구했다는 사실만으로 상대를 처벌받게 하기도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지금 할 일은 대화를 그대로 남기고 그날의 사실관계를 보여 줄 자료를 모으는 것입니다.
AI 요약
- 돈을 줘도 끝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강제추행은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하는 죄가 아니어서, 돈을 받은 뒤에도 신고할 수 있고 수사도 진행됩니다.
- 성범죄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는 공갈이 되지 않습니다. 상대가 거짓임을 알고 요구했거나 요구 방법이 지나쳤다는 자료가 있어야 합니다.
- 무고는 결론이 난 뒤에 검토합니다. 무혐의만으로는 부족하고, 신고 내용이 거짓이라는 점이 적극적으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돈을 보내면 끝날까요
끝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강제추행은 피해자가 고소해야만 처벌할 수 있는 죄가 아닙니다. 예전에는 고소가 있어야 처벌하도록 한 규정이 있었지만 2012년에 삭제되었습니다(「형법」 제306조). 그래서 돈을 받은 뒤에 신고하는 것도, 제3자의 신고로 수사가 시작되는 것도 막을 수 없습니다.
돈을 보내면서 남긴 말도 문제가 됩니다. “미안하다”, “없던 일로 하자” 같은 문자는 수사기관이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판단할 때 함께 봅니다.
실제로 대법원은 성범죄 피해를 주장하며 합의금을 요구한 사람의 공갈미수 사건에서 지목된 사람의 사과를 살폈습니다. 지목된 사람이 사건 다음 날, 상대 쪽 사람에게 폭행을 당한 뒤였는데도 여러 사람 앞에서 사과하고 가게를 넘겨주겠다고 제안한 것을, 합의된 신체 접촉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들었습니다(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4도3794 판결). 아무 일도 없었다고 주장할 사람이 먼저 사과하고 돈을 건네면, 그 행동이 자기 주장과 반대되는 정황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합의금 요구는 언제 공갈이 되나요
상대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을 알면서 신고를 빌미로 돈을 요구했다면 공갈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성범죄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는 공갈이 되지 않습니다. 공갈은 협박해서 돈을 받아 내는 범죄이고, 돈을 받지 못했어도 미수로 처벌합니다(「형법」 제350조·제352조). 문제는 성범죄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이 합의금을 요구할 때 어디까지가 정당한 권리 행사인지입니다.
대법원의 기준은 이렇습니다. 권리를 실현하려는 수단이었더라도, 권리 행사를 빙자해 상대를 겁먹게 했고 그 방법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었다면 공갈이 됩니다(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7도6406 판결).
성범죄 사건에서 이 기준을 적용할 때 법원이 주의하는 점이 있습니다. 앞에서 본 2024도3794 판결에서 합의금을 요구한 사람은 “합의금 5,000만 원을 주면 조용히 끝내겠다”며 동거인이 칼을 품고 다닌다는 말까지 했고, 이후 고소한 준강간상해 사건은 혐의없음으로 불송치되었습니다. 그래도 대법원은 공갈미수 유죄를 파기했습니다.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특정인을 가해자로 지목하며 합의금을 주지 않으면 불이익을 끼칠 것과 같은 언동을 하고 나아가 그 사람을 수사기관에 고소한 경우,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피고소인)의 성폭력범죄 성립이 증명되지 않는다고 하여 바로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합의금과 관련하여 한 위와 같은 언동이나 고소행위가 정당한 권리자에 의하여 권리실행의 수단으로써 사용된 것이 아니라고 쉽사리 단정하여서는 안된다.
— 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4도3794 판결
법원이 그 사건에서 살핀 사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내 상황과 대조해 보십시오.
| 법원이 공갈로 보지 않은 근거 | 내 사건에서 확인할 것 |
|---|---|
| 요구한 사람이 자신을 피해자로 인식하고 있었다 | 상대가 스스로 아무 일도 없었다고 인정한 말이나 문자가 있는지 |
| 요구가 고소권 행사와 관련이 있었다 | 요구한 내용이 그날 있었다는 일과 관련이 없는지 |
| 요구가 한 번이었다 | 거절한 뒤에도 요구가 반복되거나 금액이 늘었는지 |
| 고소한 뒤에는 돈을 요구하지 않았다 | 고소 후에도 “취하해 줄 테니 돈을 달라”는 연락이 오는지 |
오른쪽 사정이 있다고 곧바로 공갈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법원이 판단한 근거와 반대되는 사정이므로, 공갈로 다툴 수 있는지 검토할 때 먼저 볼 사정입니다.
무고로 고소하는 것은 언제 가능한가요
성추행 사건의 결론을 보고 검토하십시오. 무고는 다른 사람을 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거짓을 신고한 범죄이고, 처벌은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 벌금입니다(「형법」 제156조).
무고가 되려면 신고 내용이 거짓이라는 점이 적극적으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신고 내용이 사실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는 것만으로는 거짓이라고 단정하지 않습니다(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8도2614 판결). 같은 판결은 성폭행 신고가 불기소되거나 무죄가 나왔다고 해서 그 자체를 무고의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도 했습니다.
그래서 무고를 다툴 자료는 “증거가 부족했다”가 아니라 “그런 일이 없었다”를 보여 주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 시간에 다른 곳에 있었다는 기록, 상대가 사실이 아니라고 인정한 대화 같은 자료입니다.
무고 고소의 순서와 준비할 증거는 무고죄 고소, 억울한 고소를 당했을 때 먼저 확인할 기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지금 남겨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대화는 그대로 남기고, 상대와 직접 만나 협상하지 마십시오.
남길 것
- 상대와의 대화 원본 : 문자, 메신저, 통화 녹음을 지우지 말고 원본 그대로 보관합니다. 캡처만 해 두면 앞뒤 맥락이 빠집니다.
- 돈을 요구한 말 : 언제, 얼마를, 어떤 조건으로 요구했는지가 드러나는 부분이 중요합니다. 거절한 뒤에도 요구가 이어졌다면 그 흐름도 남깁니다.
- 그날의 동선 자료 : 카드 결제 내역, 교통카드 기록, 휴대전화 위치 기록, 함께 있던 사람의 연락처처럼 그 시간에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보여 줄 자료입니다. 가게나 건물의 CCTV는 보관 기간이 지나면 지워지므로 먼저 확인하십시오.
내가 참여한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닙니다. 통신비밀보호법이 금지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끼리 나누는 대화를 녹음하는 것이고, 대화 당사자가 녹음하는 것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대법원 2006. 10. 12. 선고 2006도4981 판결).
하지 말 것
- 돈을 보내거나 약속하지 마십시오. 앞에서 본 대로 신고를 막지 못하고, 불리한 정황만 남습니다.
- 사과하거나 “없던 일로 하자”고 쓰지 마십시오. 좋게 끝내려고 한 말이라도 기록으로는 인정한 것처럼 남습니다.
- 상대를 직접 찾아가거나 반복해서 연락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협박이나 스토킹으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 “무고로 고소하겠다”며 신고를 막으려 하지 마십시오. 수사에서 신고를 방해하려 한 정황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미 경찰에서 연락을 받았다면 조사 준비가 먼저입니다. 성추행 경찰조사 연락을 받았다면 준비할 자료를 보십시오.
자주 하는 질문
이미 돈을 보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추가 요구에는 응하지 말고, 돈을 보낸 경위가 드러나는 대화와 이체 기록을 그대로 보관하십시오. 이미 보낸 돈을 공갈로 받아 낸 것으로 볼 수 있는지는 요구 방식과 경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므로, 보낸 뒤의 대화까지 모두 가지고 상담을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상대가 신고하기 전에 제가 먼저 공갈로 고소해도 되나요?
고소 자체는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앞에서 본 대로 성범죄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는 공갈로 보지 않습니다. 상대가 아무 일도 없었다고 인정한 대화처럼 요구가 권리 행사가 아니었다는 자료가 있는지부터 확인하십시오.
참고자료
조문
- 국가법령정보센터|「형법」 제156조(무고) —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 (2026년 9월 13일 시행본, 2026-09-28 확인)
- 국가법령정보센터|같은 법 제298조(강제추행), 제306조 — 제306조는 2012년 12월 18일 삭제 (2026-09-28 확인)
- 국가법령정보센터|같은 법 제350조(공갈)·제352조(미수범) —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 미수범 처벌 (2026-09-28 확인)
- 국가법령정보센터|「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 —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함 (2026년 10월 2일 시행예정본도 같은 문언, 2026-09-28 확인)
판례
- 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4도3794 판결(공갈미수) —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며 합의금을 요구하고 고소한 경우, 성폭력범죄 성립이 증명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권리실행의 수단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고 그 언행이 당연히 공갈죄의 해악의 고지가 되지도 않는다
- 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8도2614 판결(무고) — 허위라는 요건은 적극적 증명이 필요하고, 불기소처분이나 무죄판결만으로 신고내용을 허위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 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7도6406 판결(공갈미수 등) — 권리행사를 빙자하여 협박을 수단으로 겁을 먹게 하고 그 수단 방법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나 범위를 넘으면 공갈죄가 성립한다
- 대법원 2006. 10. 12. 선고 2006도4981 판결(통신비밀보호법위반) — 대화 당사자 한 사람이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 위반이 아니다
이 글은 2026년 9월 28일 기준 현행 법령과 판례로 작성했습니다. 같은 요구라도 그날 있었던 일, 주고받은 대화, 요구의 방식에 따라 대응이 달라지므로, 받은 연락과 대화 기록을 놓고 따로 확인하셔야 합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된 자료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자문이나 사건 결과 보장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법령·판례 및 사실관계에 따라 적용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안은 변호사 등 전문가와 상담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의 열람 또는 문의만으로는 위임계약 체결 전까지 변호사와 의뢰인 관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