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사를 받고 나서 “그냥 사실대로 말했을 뿐인데”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 사실대로 한 말이 조서에는 전혀 다르게 적혀 있는 경우가 생각보다 훨씬 많습니다.
조사실에서 작성된 진술 조서 한 장은 검찰 송치 단계를 거쳐 기소 여부, 나아가 재판 결과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 자료가 됩니다.
오랜 기간 형사 사건을 다루면서 가장 안타까운 경우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억울한 상황임에도 조사 초반에 실수한 진술 한 줄 때문에 불필요한 불이익을 받는 경우입니다.
경찰 조사에서 가장 많이 하는 실수 5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 연락받자마자 바로 출석 일정을 잡는다
- 전화 통화에서 즉흥으로 진술한다
- 묻지 않은 것까지 자진해서 말한다
-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조력권을 모르고 포기한다
- 조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서명한다
아래에서 각각의 실수가 왜 위험한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설명 드릴 예정이니 꼭 유념하시길 바랍니다.

실수 ① 연락받자마자 바로 출석 일정을 잡는다
경찰 연락을 받으면 일정을 바로 확정하지 말고, 반드시 준비 시간을 확보한 뒤 조율해야 합니다.
경찰에서 연락이 오면 대부분 그 자리에서 바로 날짜를 잡습니다. 빨리 해결하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것이 첫 번째 실수입니다.
준비 없이 출석하면 날짜나 금액 같은 사소한 부분에서 말이 엇갈릴 수 있고, 그것이 진술 번복으로 이어집니다.
일정은 최대한 뒤로 조율해 준비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법률 조력을 받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출석일을 조정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 행사입니다.
전화를 받았을 때 반드시 확인할 3가지
- 담당 수사관의 소속·계급·이름을 확인하고 메모합니다.
- 어떤 혐의로 조사를 받는 것인지 물어봅니다.
- 피의자 신분인지 참고인 신분인지 확인합니다.
피의자와 참고인은 법적 지위가 완전히 다릅니다. 피의자라면 출석을 거부할 수는 없지만, 날짜를 조율할 권리는 있습니다.
🚩Tip. 피의자 신분과 참고인 신분의 차이가 헷갈리신다면, [피의자·피고인·용의자까지 한 번에 정리한 글]을 먼저 읽고 오시길 권합니다.
실수 ② 전화 통화에서 즉흥으로 진술한다
전화에서는 사건 내용을 일절 말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출석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한 마디면 충분합니다.
전화로 연락이 왔을 때 수사관이 사건에 대해 몇 가지 물어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친절한 말투에 긴장이 풀려 “그때 제가 그 자리에 있긴 했는데요…” 하고 자세한 이야기를 시작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수사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의뢰인이 “어떤 사건인지만 여쭤봐도 될까요?”라고 물었습니다.
수사관이 간단히 설명하면서 “그날 어디 계셨어요?”라고 물었고, 무심코 위치를 답했습니다. 이후 조사에서 그 대화 내용이 이미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수사관은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어 피의자의 경계심을 낮춘 뒤 결정적인 한 마디를 유도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전화에서 해야 할 말 한 마디는 이것입니다.
“경찰서에 출석해서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이상은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친절하게 대응하되 사건에 관한 내용은 조사실에서만 이야기하세요.
실수 ③ 묻지 않은 것까지 자진해서 말한다

조사실에서의 원칙은 하나입니다. 질문 범위 안에서만 대답하면 됩니다.
조사실에 앉으면 억울한 마음이 올라옵니다. “제가 왜 이런 상황에 처했는지 설명해야겠다”는 생각에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꺼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맥락 없는 이야기를 꺼내거나 물어보지도 않은 사실을 자진해서 설명하는 순간, 새로운 쟁점이 생깁니다.
기억이 불확실한 부분을 대충 짐작해서 말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나중에 그 내용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나면, 고의로 허위 진술을 한 것처럼 해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확실하지 않으면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답변입니다.
조사실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3가지 원칙
- 질문에만 답한다
- 모르면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라고 말한다
- 추측은 절대 하지 않는다
실수 ④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조력권을 모르고 포기한다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조력권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입니다. 단, 진술거부권은 상황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조사 시작 전에 수사관이 의례적으로 읽어주는 문구가 있습니다. “진술하지 않아도 불이익을 받지 않으며,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걸 그냥 흘려듣는 분이 너무 많습니다.
이 문구는 형식적인 절차가 아닙니다. 진술을 거부해도 그 자체로 불이익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 이미 한 진술은 나중에 법정에서 불리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변호사를 조사에 동석시킬 수 있다는 것
이 세 가지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명시적으로 보장하는 피의자의 권리입니다. 수사관이 읽어주는 문구가 아무리 형식적으로 들려도, 그 내용은 실제로 효력이 있습니다.
진술거부권, 언제 쓰고 언제 쓰지 말아야 할까
| 상황 | 권장 대응 |
|---|---|
| 혐의를 인정하는 경우 |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는 것이 양형에 유리 |
| 혐의를 부인하는 경우 | 침묵보다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전달 |
| 불리한 질문이 나오는 경우 | “변호인과 상담 후 답변하겠습니다” |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방어할 기회 자체를 포기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추가로 변호사가 필요한지를 경찰에게 묻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경찰은 중립적인 조언자가 아닙니다.
🚩Tip. 형사 변호사 선임 시기와 비용이 궁금하신 분은 [형사 변호사 선임, 언제 해야 할까? 비용·절차·선택 기준까지 총정리]를 참고해 주세요.
실수 ⑤ 조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서명한다
조서는 내가 한 말을 그대로 옮긴 문서가 아닙니다. 서명 전 반드시 전체 내용을 확인하고, 다른 부분은 그 자리에서 바로잡아야 합니다.
조사가 끝나면 수사관이 조서를 내밀며 서명을 요청합니다. 오래 조사를 받아 지쳐 있고, 빨리 나가고 싶은 마음에 대충 훑고 도장을 찍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이 가장 치명적인 실수입니다.
조서는 수사관이 자신의 판단으로 정리한 문서입니다. 같은 말도 혐의를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실제로 사건을 맡기는 의뢰인들에게 이런 말을 많이 듣습니다.
“일부러 한 건 아니라고 했는데, 조서에는 그 부분이 없었습니다.”
서명 후 뒤늦게 내용을 확인한 의뢰인이 가장 많이 하는 말입니다. 조서에서 단어 하나가 사라지는 것만으로 과실이 고의로 바뀔 수 있습니다.
조서 서명 전 반드시 확인할 3단계
- 내가 말한 내용과 다르게 기재된 부분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 나에게 유리한 진술이 빠져 있지 않은지 확인합니다.
- 표현이 다르다면 그 자리에서 수정을 요청합니다.
형사소송법 제244조 제3항에 따르면, 피의자가 조서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서명하면 그 내용에 동의한 것으로 처리됩니다. 서명 이후에는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수정 요청은 권리입니다. 당당하게 요구하세요.
경찰 조사 전,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꼭 당부하는 것들
조사 결과는 준비 여부에 따라 확연히 달라집니다. 같은 혐의라도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수사 방향 자체가 바뀝니다.
한 가지만 덧붙이겠습니다. 경찰 조사는 통상 1시간에서 길게는 하루 종일 걸리기도 합니다. 혐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2~3회 소환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조사 전에 정보공개포털을 통해 고소장을 열람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어떤 내용으로 고소했는지 미리 파악하고 가는 것과 모르고 가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고소를 당했다면 고소장을 열람하고 가시거나, 변호인을 통해 검토 후 다녀오시길 권합니다.
경찰 조사 단계별 핵심 행동 요약
| 단계 | 핵심 행동 |
|---|---|
| 연락받을 때 | 신분·혐의·담당자 확인, 즉흥 진술 금지 |
| 조사 전 | 고소장 열람, 사건 타임라인 정리, 유리한 증거 수집 |
| 조사 중 | 묻는 말에만 답변, 추측 진술 금지 |
| 불리한 질문 | “변호인과 상담 후 답변하겠습니다” |
| 조서 서명 전 | 전체 내용 확인 후 필요 시 수정 요청 |
처음부터 제대로 대응하는 것이 이후 검찰 단계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바꿔 불송치 및 불기소를 노려볼 수 있습니다.
🚩Tip. 경찰 조사 시 변호사 동행이 꼭 필요한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글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경찰 조사 변호사 동행, 반드시 필요할까? 비용·절차 완전 정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