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자라면, 합의할까 고소할까? 먼저 따져볼 3가지

성추행 피해자라면, 합의할까 고소할까? 먼저 따져볼 3가지

갑자기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을 겪은 뒤 상대방에게서 “합의하자”는 연락까지 오면, 바로 답해야 할지 고소부터 해야 할지 막막할 수 있습니다. 성추행 피해자라면 합의와 고소 중 하나를 감정적으로 먼저 고르기보다, 지금 안전한지, 증거가 남아 있는지, 합의가 어떤 효과를 내는지부터 차례로 확인해야 합니다.

이 글에서는 피해자가 선택을 서두르지 않도록 세 가지 판단 기준을 정리합니다. 상대방의 요구에 답하기 전 기록을 보존하는 방법, 고소와 합의가 형사절차에서 갖는 의미, 합의서를 작성할 때 빠뜨리기 쉬운 내용을 중심으로 설명하겠습니다.

첫째, 지금은 합의보다 안전과 증거가 먼저입니다

상대방이 계속 연락하거나 직장·학교·주거지에서 마주칠 가능성이 있다면, 합의 여부보다 추가 접촉을 막고 사실을 기록하는 일이 우선입니다. 연락을 차단하기 전에 문자·메신저·통화기록·SNS 메시지를 날짜와 함께 보관하고, 주변 CCTV나 목격자가 있다면 위치와 보존기간을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피해 직후의 메모도 중요합니다.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와 당시 주변에 있던 사람, 이후 주고받은 말을 기억나는 대로 시간순으로 적어 보세요. 진술을 꾸미라는 뜻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며 세부 장면이 흐려지는 것을 막기 위한 기록입니다.

신체적·정신적 증상이 있다면 진료기록이나 상담기록을 보관할 수 있습니다. 다만 기록을 만들기 위해 불필요한 치료를 받을 필요는 없고, 현재 상태에 맞는 도움을 받으면서 관련 자료를 정리하면 됩니다. 상대방이 보낸 합의 제안도 삭제하지 말고 원본 그대로 보관하세요.

둘째, 고소와 합의는 서로 반대되는 선택이 아닙니다

고소는 수사기관에 범죄사실의 수사와 처벌을 구하는 의사표시이고, 합의는 피해 회복과 분쟁 정리를 위한 당사자 사이의 약정입니다. 따라서 합의 논의를 시작했다고 해서 고소를 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니며, 고소했다고 해서 모든 합의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일반적인 강제추행은 형법 제298조의 적용 여부가 문제 됩니다. 조문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한 경우를 처벌 대상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행위가 강제추행에 해당하는지는 접촉 부위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행위의 경위·방법·당시 상황과 피해자의 의사에 반했는지 등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특히 강제추행에서 피해자가 합의했다는 사정이 사건을 자동으로 끝내는 것은 아닙니다. 합의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가 수사와 재판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범죄명과 절차 단계, 합의서 문구에 따라 달라집니다. “합의하면 무조건 취하된다”거나 “고소하면 합의는 절대 못 한다”는 식의 설명만으로 결정하지 마세요.

셋째, 합의의 내용과 시점을 문서로 확인해야 합니다

합의를 검토한다면 먼저 무엇을 해결하는 합의인지 정해야 합니다. 형사절차에서의 처벌불원 의사, 치료비·위자료 등 민사상 손해배상, 향후 연락 금지나 비밀유지처럼 별도로 정할 사항은 서로 다른 내용입니다. 한 문서에 모두 적더라도 각 항목의 의미가 분명해야 합니다.

합의금 액수만 먼저 정하고 서명하는 방식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지급 시기와 방법, 일부 지급일 때의 처리,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의 조치, 민사상 추가 청구를 어떻게 정리할지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피해자가 충분히 내용을 이해하고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시간과 방식인지도 중요합니다.

상대방이나 대리인이 반복적으로 연락해 즉시 서명하라고 압박한다면, 그 연락 자체를 보관하고 혼자 대응하지 않는 방법을 검토하세요. 피해 사실을 주변에 알리겠다는 식의 위협, 직장·학교에 찾아오겠다는 압박, 합의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다는 단정은 정상적인 협상과 구별해 기록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소를 먼저 생각해 볼 상황과 합의를 검토할 상황

다음과 같은 경우라면 고소 여부를 서두르기보다 상담을 통해 절차를 먼저 설계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 상대방이 사실관계를 부인하거나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는 경우
  • 반복 연락·접근 등으로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
  • CCTV·메시지·목격자처럼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자료가 있는 경우
  • 합의서에 처벌불원, 민사상 청구, 비밀유지 내용이 함께 들어가는 경우

반대로 피해자가 원하는 회복의 범위와 상대방의 이행 가능성을 확인했고, 압박 없이 합의 내용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면 합의를 논의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합의는 고소를 포기하는 대가라는 단순한 공식이 아니라, 형사절차와 손해 회복을 함께 놓고 판단해야 하는 선택입니다.

상담 전에는 이 세 가지를 시간순으로 정리하세요

상담을 받기 전에는 긴 설명보다 자료의 순서가 중요합니다. 사건 전후의 시간표, 상대방과의 연락 원본, CCTV·목격자 정보, 진료·상담자료, 상대방이 제안한 합의 내용과 지급 약속을 한 폴더에 모아 보세요.

상담에서는 “이 행위가 어떤 죄명인지”만 묻기보다 “현재 자료로 입증해야 할 사실은 무엇인지”, “합의서의 어떤 문구가 형사절차와 민사상 권리에 영향을 주는지”, “지금 바로 보존해야 할 자료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성추행 피해자의 선택은 사건의 세부 사실과 자료 상태에 따라 달라지므로, 다른 사람의 합의금이나 결과를 자신의 기준으로 삼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마무리: 선택을 서두르지 않아도 됩니다

성추행 피해자라면 합의할지 고소할지를 바로 결정하기 전에 안전, 증거, 합의의 법적 효과라는 세 가지를 따져 보세요. 고소와 합의는 반드시 한쪽을 먼저 포기해야 하는 관계가 아니며, 피해 회복과 사실 확인을 위해 순서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연락에 즉시 답하거나 서명하기 전에 원본 자료를 보존하고, 합의서의 범위와 처벌불원 의사의 의미를 확인한 뒤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성추행 피해자가 합의하면 고소를 못 하나요?

합의했다는 사실만으로 고소 가능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할 수는 없습니다. 이미 작성한 합의서의 내용, 처벌불원 의사 표시의 범위, 사건의 죄명과 진행 단계가 함께 검토되어야 합니다. 서명 전 문구를 확인하고, 서명 후에도 합의서와 지급자료를 보관하세요.

※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된 자료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자문이나 사건 결과 보장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법령·판례 및 사실관계에 따라 적용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안은 변호사 등 전문가와 상담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의 열람 또는 문의만으로는 위임계약 체결 전까지 변호사와 의뢰인 관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