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오 취소,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은 누가 입증할까?

계약서나 합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내가 중요한 내용을 잘못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민법상 착오 취소를 검토하면서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이 바로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은 누가 입증하는가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쪽이 모든 내용을 한 번에 증명하는 구조는 아닙니다. 취소를 주장하는 사람은 착오의 내용과 중요성, 그 착오 때문에 의사표시를 했다는 점을 먼저 설명해야 하고, 상대방은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에서 비롯됐다는 사정을 들어 취소를 막을 수 있습니다. 실제 소송에서는 계약 전후의 자료 전체가 함께 검토됩니다.

서명 후 “잘못 알고 있었다”고 느낀다면 먼저 볼 기준

민법 제109조가 말하는 착오는 단순히 마음이 바뀌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의사표시를 할 때 이미 사실을 잘못 알고 있었고, 그 잘못이 법률행위의 중요한 부분에 관한 것이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매매 목적물의 면적, 계약의 대상, 부담해야 할 의무처럼 그 내용을 알았다면 계약하지 않았을 정도의 사항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가격이 기대보다 낮아졌다는 사후적인 불만이나 단순한 계산 착오는 곧바로 취소 사유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참고.
민법 제109조는 중요부분의 착오가 있으면 취소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생긴 경우에는 취소하지 못한다고 정합니다. 따라서 착오가 있었다는 점과 확인을 게을리한 정도를 나누어 살펴야 합니다.

민법 제109조에서 말하는 중대한 과실

중대한 과실은 일반적인 부주의보다 훨씬 큰 주의의무 위반을 뜻하는 방향으로 이해됩니다. 다만 법에 모든 상황을 숫자나 목록으로 정해 둔 것은 아니어서, 계약의 성격과 당사자의 지식·경험, 확인할 수 있었던 자료, 거래 과정이 함께 문제 됩니다.

다음과 같은 사정은 판단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 계약서나 설명자료에 중요한 내용이 명확하게 적혀 있었는지
  • 서명 전에 질문하거나 확인할 충분한 기회가 있었는지
  • 당사자가 해당 거래를 반복해 온 사람인지, 관련 전문성을 갖고 있었는지
  • 상대방이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거나 중요한 내용을 숨겼는지
  • 전문가의 설명이나 검토를 받고도 반대되는 선택을 했는지

따라서 “계약서에 적혀 있었으니 무조건 중대한 과실” 또는 “상대방이 설명하지 않았으니 무조건 취소 가능”이라고 정리하기는 어렵습니다. 당시의 확인 과정과 정보의 비대칭을 시간순으로 복원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입증책임은 어떻게 나뉘나요?

취소를 주장하는 사람이 준비할 자료

착오 취소를 주장하는 쪽은 다음 세 가지를 중심으로 자료를 모으는 것이 좋습니다.

  1. 무엇을 잘못 알고 있었는지: 계약 대상, 권리관계, 의무 범위 등 구체적인 내용
  2. 왜 중요한 부분인지: 그 사실을 알았다면 같은 내용으로 서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
  3. 착오와 의사표시의 연결: 설명을 들은 시점, 질문과 답변, 서명 직전의 대화

이 자료는 서명 뒤 작성한 메모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계약 협상 문자, 이메일, 녹취, 설명자료, 중개대상물 확인자료, 회의록처럼 서명 전 상황을 보여 주는 자료가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중대한 과실을 주장할 때 확인할 자료

상대방은 표의자가 조금만 주의했어도 착오를 피할 수 있었고, 그 부주의가 중대한 수준이었다는 취지로 다투게 됩니다. 이때는 계약서의 글자만이 아니라 실제로 어떤 설명과 확인 절차가 있었는지를 보게 됩니다.

다툼이 되는 자료는 아래와 같습니다.

확인할 부분자료 예시
확인 기회계약서 교부 시점, 질문·답변, 검토 기간
정보 제공설명자료, 문자, 이메일, 녹취, 고지 내용
당사자 사정거래 경험, 전문성, 자문 여부

법원은 어떤 자료를 함께 보나요?

소송에서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는 평가만 제출하는 것보다 그 평가의 근거가 되는 사실을 제시해야 합니다. 계약서의 문구, 서명까지 걸린 시간, 설명을 요청한 흔적, 상대방의 답변, 계약 뒤 이의를 제기한 시점이 서로 맞물려 판단됩니다.

또한 상대방이 제공한 정보가 부정확했거나, 중요한 사실을 알고도 설명하지 않았다는 자료가 있다면 표의자의 확인 부족만으로 결론을 내리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전문적인 거래 경험이 있고 검토할 자료를 여러 차례 받았는데도 확인하지 않은 정황이 뚜렷하다면 중대한 과실 주장이 강해질 수 있습니다.

착오 취소를 검토한다면 계약서 한 장만 제출하기보다 서명 전 1~2주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날짜순으로 정리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 표가 있어야 어느 사실을 누가 증명해야 하는지 선명해집니다.

지금 정리해 둘 자료와 상담 전 질문

상담이나 소송을 준비할 때는 다음 자료를 한 폴더에 모아 두면 좋습니다.

  • 계약서·합의서 원본과 작성·서명 일시
  • 서명 전후 문자·메신저·이메일·녹취
  • 상대방이 건넨 설명자료와 광고·안내문
  • 잘못 알게 된 사실을 처음 인식한 시점과 계기
  • 계약을 그대로 이행했는지, 이의를 제기한 날짜와 방법
  • 중개인·전문가·동석자의 설명이나 확인 내용

현재 받은 자료를 보내주시면 착오의 대상, 중요성, 확인 과정, 취소권 행사기간을 순서대로 나누어 검토할 수 있습니다. 필요한 경우 사건 대응팀을 통해 계약 전후 자료를 정리해 보내주시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계약 내용을 잘못 읽은 것도 착오 취소가 될까요?

잘못 읽었다는 사정만으로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어떤 내용이 법률행위의 중요한 부분인지, 계약서와 설명자료를 확인할 기회가 있었는지, 상대방의 설명이 정확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상대방이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상대방이 알고 있던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는지, 질문에 사실과 다르게 답했는지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대화 내용과 설명자료를 날짜순으로 보존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착오 취소를 주장할 수 있는 기간이 정해져 있나요?

민법 제146조는 취소권을 추인할 수 있는 날부터 3년, 법률행위를 한 날부터 10년 안에 행사하도록 정합니다. 구체적인 기산점과 취소 의사표시 방법은 계약 관계와 사실관계에 따라 확인해야 합니다.

참고 자료

공식 근거

  • 국가법령정보센터 민법 제109조·제140조·제142조·제146조
  • 법제처 법령·판례 검색 자료

※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된 자료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자문이나 사건 결과 보장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법령·판례 및 사실관계에 따라 적용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안은 변호사 등 전문가와 상담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의 열람 또는 문의만으로는 위임계약 체결 전까지 변호사와 의뢰인 관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