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에서 저더러 1억을 물어내라는 서류가 왔습니다. 제 보험으로 처리된 사고인데요.”
이런 이야기를 하시면서 오시는 분이 많습니다. 사고는 몇 달 전, 때로는 몇 년 전에 끝난 일인데 갑자기 청구서가 날아오거든요. 금액을 보고 놀라서 일단 서랍에 넣어 두시는 분도 계십니다.
그런데 이 서류는 미뤄 둔 만큼 불리해집니다. 기한이 지나면 금액이 맞는지 따져 볼 기회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이죠.
이 글에서는 먼저 받은 서류가 무엇인지 구분하는 법을 정리했습니다. 이어서 음주운전 사고의 금액이 왜 그렇게 커지는지, 세입자 화재와 건강보험공단 청구는 무엇이 다른지, 금액을 줄일 수 있는 자리는 어디인지를 순서대로 짚어 보겠습니다.
AI 요약
- 금액보다 기한을 먼저 보세요. 지급명령은 받은 날부터 2주, 소장은 30일입니다. 넘기면 다투지 못하고 그대로 확정됩니다.
- 음주·무면허·뺑소니는 2022년 7월 28일부터 계산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상한이 있었지만 지금은 의무보험 한도까지 전액을 물고, 여기에 종합보험 약관이 정한 몫이 따로 더해집니다.
- 깎을 수 있는 자리가 네 곳 있습니다. 과실비율, 소멸시효, 가족 사이의 사고, 실화 감액 청구입니다. 모두 이쪽에서 주장해야 반영됩니다.
갑자기 날아온 구상금 청구서, 무슨 돈인가요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대신 준 돈을, 원래 물어야 할 사람에게서 되돌려 받겠다는 청구입니다.
법은 이것을 ‘보험자대위’라고 부릅니다. 손해가 다른 사람 때문에 생겼다면, 보험금을 준 보험사는 그 지급한 금액 한도에서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가지고 있던 권리를 그대로 넘겨받습니다(상법 제682조 제1항).
여기서 한 가지를 기억해 두세요. 보험사가 새로 만들어 낸 권리가 아니라, 원래 피해자가 가지고 있던 권리를 이어받은 것입니다. 다만 청구서의 대부분이 이렇게 넘겨받은 권리일 뿐, 보험사가 자기 이름으로 따로 갖는 구상권도 있는데요. 이 구분은 뒤에서 다시 설명드리겠습니다.
그래서 피해자가 청구할 수 있었던 금액보다 더 받아 갈 수는 없어요. 뒤에서 금액을 줄이는 이야기를 할 때 이 점이 근거가 됩니다.
청구서를 받는 분들의 상황은 대체로 다섯 가지입니다.
- 음주·무면허·뺑소니 사고를 낸 운전자 : 내 보험으로 처리는 됐지만 보험사가 그 돈을 다시 청구합니다.
- 남의 차를 몰다 사고를 낸 사람 : 차주 보험으로 처리된 뒤 실제로 운전한 사람에게 옵니다.
- 불이 난 집이나 가게의 세입자 : 건물주가 든 화재보험의 보험사가 청구합니다.
- 폭행·상해 사건의 가해자 : 피해자 치료비를 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청구합니다.
- 공사·시설 사고의 책임자 : 피해자 측 보험사가 청구합니다.
서류에 붙은 이름은 ‘구상금 청구’, ‘구상권 행사 통지’, ‘채권양도 통지’처럼 제각각입니다. 채권양도 통지는 보험사가 받을 권리를 다른 회사에 넘겼다고 알리는 종이인데요. 이름이 달라도 성격은 같습니다.
그런데 서류를 열어 보고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금액이 아닙니다.
받은 서류가 무엇인지부터 확인하세요
서류마다 대응 기한이 다르고, 그 기한을 넘기면 되돌리기가 훨씬 어려워집니다.
같은 구상금이라도 보험사가 어느 단계에 있느냐에 따라 종이의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 내용증명·안내문 : 법이 정한 기한이 없습니다. 답하지 않아도 곧바로 불이익은 없지만, 여기서 액수를 인정하는 답을 하면 그 말이 나중에 증거로 쓰입니다.
- 지급명령 : 받은 날부터 2주 안에 이의신청을 해야 합니다. 사정이 있어도 늘려 주지 않는 기간입니다(민사소송법 제470조). 이의만 하면 일반 소송으로 넘어가 처음부터 다툴 수 있습니다.
- 소장 : 받은 날부터 30일 안에 답변서를 내야 합니다(민사소송법 제256조 제1항). 내지 않으면 법원이 상대방 주장을 인정한 것으로 보고 재판을 열지 않은 채 판결할 수 있습니다(같은 법 제257조 제1항).
- 판결이나 이행권고결정이 확정된 뒤 : 이행권고결정은 소액 사건에서 법원이 “이 금액을 갚으라”고 보내는 결정인데요. 확정되면 급여와 예금이 압류될 수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 뒤집으려면 훨씬 무거운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기한을 놓치는 분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대법원이 제윤경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일반 송달로 지급명령을 받은 사건 가운데 이의신청이 들어온 비율은 11.9%였습니다.
나머지 대부분은 이의신청 없이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공시송달은 주소지에서 서류를 받지 못해, 법원 게시판에 붙이는 방식으로 송달한 것으로 처리하는 절차입니다. 이렇게 처리된 사건에서는 이의신청 비율이 0.06%에 그쳤어요.
💡 서류를 받은 날 해야 할 다섯 가지
- 봉투와 서류에 찍힌 송달 날짜를 확인하세요. 기한은 받은 날부터 셉니다.
- 지급명령이면 2주, 소장이면 30일을 달력에 적어 두세요.
- 금액을 인정하는 답장이나 통화를 먼저 하지 마세요. 일부 입금도 인정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 사고 기록을 모으세요. 사고사실확인원, 진단서, 형사사건 처분 결과, 보험사와 주고받은 문서가 기본입니다.
- 이미 일부를 갚았다면 입금 내역을 챙기세요.
이의신청서나 답변서는 처음부터 완벽할 필요가 없습니다. 기한 안에 “다투겠다”는 뜻을 밝히는 것이 먼저이고, 구체적인 주장은 그 뒤에 보충하면 됩니다.
돈을 받아 내는 쪽에서 절차가 어떻게 굴러가는지는 거래처미수금 내용증명부터 가압류까지 순서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반대편에서 보면 대응 시점을 잡는 데 도움이 되실 겁니다.
그러면 금액은 어떻게 정해질까요. 액수가 가장 커지는 음주운전 사고부터 보겠습니다.
음주·무면허 사고라면 금액이 왜 이렇게 큰가요
2022년 7월 28일부터 상한이 없어져 의무보험 한도까지 전액을 물게 됐고, 여기에 종합보험 약관이 정한 몫이 따로 더 붙기 때문입니다.
법은 세 가지 경우에 보험사가 지급한 보험금에 상당하는 금액을 운전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29조 제1항).
- 무면허 : 면허 없이, 또는 면허가 정지된 상태에서 운전한 경우
- 음주·약물 : 술이나 약물의 영향을 받은 상태에서 운전한 경우입니다. 법은 여기에 경찰의 호흡조사 측정에 응하지 않은 경우까지 포함한다고 정해 두었어요(같은 항 제2호).
- 뺑소니 : 사고 후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자리를 뜬 경우
용어부터 정리하겠습니다. 사람이 다친 피해를 갚는 몫을 대인, 차나 물건이 부서진 피해를 갚는 몫을 대물이라고 부릅니다.
이 두 가지가 각각 얼마나 붙는지, 사망사고 한 건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운전자가 자기 보험사에 물어 주는 이 돈을 사고부담금이라고 하는데요. 의무보험 몫과 임의보험 몫, 두 덩어리로 나뉩니다. 그리고 각 몫마다 대인과 대물이 따로 붙습니다. 그래서 합계가 커집니다.
- 의무보험 부담분 : 차를 가진 사람이면 반드시 드는 책임보험 몫입니다. 한도는 피해자 한 명당 사망 1억 5,000만 원, 부상은 다친 정도에 따라 최고 3,000만 원이고 사고 한 건당 대물 2,000만 원입니다(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제3조).
- 임의보험 부담분 : 종합보험에서 의무보험을 넘는 몫입니다. 금융당국이 정한 자동차보험 공통 약관(표준약관)에 따라 음주·무면허·뺑소니 등의 사고에는 대인 1억 원, 대물 5,000만 원이 따로 붙습니다.
예전에는 의무보험 몫 안에서 대인 1,000만 원, 대물 500만 원까지만 물렸는데 그 상한이 없어졌습니다. 임의보험 쪽은 어떤 사고에 얼마가 붙는지가 담보와 상품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본인 약관을 확인해 보세요.
바뀐 기준은 2022년 7월 28일 이후에 체결한 자동차보험 계약부터 적용됩니다.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는 국토교통부가 밝힌 개정 내용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그 전에 든 계약이 그대로 이어졌다면 예전 기준으로 계산될 수 있으니, 청구서를 받으셨다면 보험 가입일부터 확인해 보세요.
한 가지 덧붙이면, 여기서 말하는 ‘사고부담금’은 흔히 아는 ‘자기부담금’과 다른 돈입니다. 사고부담금은 피해자가 보험금을 다 받은 뒤에 가해자 쪽이 자기 보험사에 따로 내는 돈이거든요.
반면 자기부담금은 내 차 수리비를 내 보험으로 처리할 때, 가입자가 받을 보험금에서 미리 빼는 돈입니다. 대법원도 둘을 이렇게 구분했습니다(2026년 대법원 판결).
그리고 이 돈은 형사처벌과 별개입니다. 벌금이나 형을 받았다고 부담금이 줄지 않고,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음주 사망사고의 형사 절차는 음주사망사고 실형 걱정된다면, 형량을 좌우하는 기준에 따로 정리했습니다.
자동차 사고가 아니라 불이 난 경우는 사정이 또 다릅니다.
불이 난 집의 세입자에게 청구가 왔다면
빌린 공간 자체가 탄 부분과, 그 바깥까지 번진 부분은 책임 판단이 다릅니다.
세입자에게 오는 화재 구상금은 대개 건물주의 화재보험사가 보냅니다. 건물주에게 보험금을 준 뒤 그 돈을 세입자에게 청구하는 것이죠. 이때 두 부분을 갈라서 봐야 합니다.
- 빌린 공간이 탄 부분 : 세입자는 빌린 것을 온전히 돌려줄 의무가 있어서, “내 잘못이 아니다”를 세입자가 증명하지 못하면 배상 책임을 집니다. 불이 난 원인이 끝내 밝혀지지 않아도 마찬가지입니다(2023년 대법원 판결).
- 바깥으로 번진 부분 : 여기서는 방향이 반대입니다. 다른 호실이나 옆 건물까지 태운 손해를 물리려면 청구하는 쪽이 세입자가 관리 의무를 어겨 불이 났다는 점, 그 잘못과 번진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을 주장하고 증명해야 합니다(2017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두 번째가 중요합니다. 예전에는 건물이 구조적으로 하나로 붙어 있으면 번진 부분까지 세입자가 떠안는다고 보았는데, 2017년에 대법원이 그 판례들을 바꿨거든요. 청구서에 적힌 금액이 빌린 공간을 훨씬 넘는다면, 그 초과분의 근거를 보험사에 요구해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있습니다. 실수로 낸 불이라면 법원에 배상액을 깎아 달라고 청구할 수 있어요(실화책임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법원은 불이 난 원인과 규모, 번진 경위, 불을 끄려고 한 노력, 양쪽의 형편 등을 따져 금액을 줄입니다(같은 조 제2항). 다만 이 감액은 불이 번져 나간 부분에만 쓰입니다(같은 법 제2조).
💡 화재 구상금에서 놓치기 쉬운 세 가지
- 감액은 청구해야 받습니다. 법원이 알아서 깎아 주지 않습니다. 답변서에 감액을 구한다는 뜻을 넣어야 심리 대상이 됩니다.
- 감액은 번져 나간 부분에만 적용됩니다. 빌린 공간 자체의 손해에는 이 조항이 쓰이지 않습니다.
-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면 감액을 못 받습니다. 담뱃불을 침구에 던져 두는 식의 사정이 있으면 어렵습니다.
한편 보험사가 아니라 공단에서 온 청구서라면, 금액을 계산하는 방식부터 다릅니다.
건강보험공단 청구서는 계산이 다릅니다
공단이 낸 치료비 전액이 아니라, 가해자의 책임비율만큼만 청구할 수 있습니다.
폭행이나 교통사고, 개물림 사고에서 피해자가 건강보험으로 치료를 받으면 공단이 치료비의 상당 부분을 부담합니다. 그러고 나서 공단은 그 비용 한도에서 가해자에게 청구할 권리를 갖습니다(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 제1항).
여기서 다투어 볼 지점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공단이 부담한 금액 전부를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았는데, 2021년에 대법원이 이를 바꿨어요.
공단이 가해자에게 물을 수 있는 것은 공단 부담금 가운데 가해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까지입니다. 피해자에게도 잘못이 있었다면 그 몫은 공단이 최종적으로 떠안는다는 뜻이죠(2021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쉽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공단이 치료비로 1,000만 원을 냈는데 다친 피해자에게도 30%의 잘못이 있었다면, 가해자가 물 금액은 1,000만 원이 아니라 700만 원입니다. 청구서에 적힌 금액이 공단 부담금 전액이라면 과실비율을 반영했는지 확인해 보세요.
공단 구상금은 규모도 작지 않습니다. 공단이 인재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8년 1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청구액은 1,359억 900만 원이었고, 그중 581억 8,700만 원이 회수되지 않았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사유별 순위인데요. 미회수액 1위는 교통사고가 아니라 폭행(200억 7,500만 원)이었고, 교통사고(184억 1,700만 원)와 화재(27억 2,000만 원)가 뒤를 이었습니다.
폭행 사건에서 형사 합의를 했더라도 공단 청구는 따로 옵니다. 합의금과 치료비를 어떻게 정리할지는 폭행 합의금 시세, 이걸로 정해집니다를 함께 보시면 도움이 됩니다.
여기까지가 상황별 설명이고, 이제 금액을 줄일 수 있는 자리를 모아 보겠습니다.
청구 금액을 줄일 수 있는 네 곳
과실비율, 소멸시효, 가족 사이의 사고, 실화 감액 청구입니다. 네 가지 모두 이쪽에서 주장해야 반영됩니다.
| 어디를 볼까 | 무엇을 따지나 | 잘 맞는 경우 |
|---|---|---|
| 과실비율 | 사고에서 내 책임이 정말 그 비율인지 | 상대방에게도 잘못이 있는 교통사고 |
| 소멸시효 |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났는지 | 사고가 오래된 사건 |
| 가족 사이의 사고 | 보험사가 애초에 청구할 수 없는 관계인지 | 함께 사는 가족의 차나 집에서 난 사고 |
| 실화 감액 청구 | 실수로 낸 불의 배상액을 깎아 달라고 할지 | 중대한 과실이 아닌 화재 |
하나씩 짚어 보겠습니다.
과실비율은 앞서 말씀드린 이유에서 출발합니다. 보험사는 피해자가 가지고 있던 권리를 넘겨받은 것이므로, 피해자가 청구할 수 있었던 금액을 넘어설 수 없거든요. 사고 경위에 상대방 잘못이 섞여 있다면 청구서 금액이 그대로 확정되지 않습니다.
다만 음주·무면허 사고부담금은 결이 조금 다릅니다. 이 돈은 보험사가 실제로 지급한 보험금에 연동되기 때문에, 과실비율은 보험금 자체를 정하는 단계에서 따져야 합니다.
소멸시효는 보험사가 행사하는 권리가 두 종류라는 데서 출발합니다. 어느 쪽이냐에 따라 기간도, 날짜를 세기 시작하는 시점도 다릅니다.
- 보험사 자기 이름의 권리 : 5년입니다. 보험금을 실제로 낸 날부터 셉니다.
- 넘겨받은 권리(손해배상 권리인 경우) : 10년입니다. 넘겨받은 것이 남의 잘못 때문에 생긴 손해를 갚으라는 권리라면, 여기에 피해자의 시계가 그대로 따라옵니다. 피해자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이라는 짧은 기간이 함께 붙는 것이죠(민법 제766조).
내 청구서가 어느 쪽인지는 대체로 이렇게 갈립니다. 음주·무면허 사고부담금 청구는 보험사 자기 이름의 권리 쪽인 경우가 많고, 화재나 폭행처럼 보험사나 공단이 남의 손해를 대신 물어 준 뒤에 오는 청구는 넘겨받은 권리 쪽에 가깝습니다. 다만 사고 내용과 보험 관계에 따라 달라지니 단정하지는 마세요.
여기에 더해, 넘겨받은 권리는 무엇을 넘겨받았느냐에 따라 날짜를 세기 시작하는 시점이 또 갈립니다.
이 구분을 정리한 것이 2024년 대법원 판결입니다. 사고를 낸 사람이 여럿이라 보험사끼리 돈을 나누는 경우였는데요. 보험사 자기 이름의 권리는 5년, 넘겨받은 권리는 10년으로 정리하면서, 날짜를 세기 시작하는 시점은 보험사가 실제로 손해배상금을 지급한 때로 보았습니다.
이 판결에서 넘겨받은 것은 “함께 사고를 낸 사람들끼리 나눠 내라”는 권리였습니다. 이 권리는 보험사가 돈을 실제로 낸 순간에 비로소 생기거든요. 그래서 이어받을 피해자의 시계가 따로 없고, 돈을 낸 날이 곧 출발점이 됩니다. 본인 사건이 어느 쪽인지는 개별로 확인해 보셔야 합니다.
반대로 넘겨받은 것이 손해배상 권리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10년이 남아 보여도 3년이 먼저 지났으면 청구가 막힐 수 있어요. 오래된 사건이라면 사고 날짜가 아니라 “피해자가 알게 된 날”부터 짚어 보세요.
사고가 3년 넘게 지난 사건이라면 어느 쪽 시효가 적용되는지부터 따져 볼 가치가 있습니다. 다만 시효는 주장하지 않으면 법원이 알아서 봐 주지 않아요.
가족 사이의 사고는 아예 청구가 막히는 경우입니다. 보험에 든 사람이나 그 보험의 보호를 받는 사람(보험계약자·피보험자)과 생계를 같이 하는 가족에 대해서는 보험사가 그 권리를 넘겨받지 못하거든요(상법 제682조 제2항).
함께 사는 가족의 차를 몰다 사고를 냈거나 가족이 사는 집에서 불이 난 경우가 여기 해당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가족이 일부러 저지른 일이라면 예외입니다.
실화 감액 청구는 앞 절에서 설명드린 그대로입니다. 답변서에 넣어야 심리가 됩니다.
한 가지 더 알아 두실 것이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2020년에 보험사의 소송 남용을 막겠다는 방안을 내놓은 적이 있어요.
미성년자와 경제적 취약계층에 대한 구상금 소송, 시효가 지난 채권에 대한 소송을 보험사 내부 심의 대상에 넣겠다는 것이었죠. 시효를 늘릴 목적의 소송도 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본인이 취약계층에 해당한다면 소송 진행과 별개로 보험사에 감면을 요청해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금액이 감당이 안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도저히 낼 수 없는 금액이라면
분할 합의가 먼저이고, 개인회생·파산은 채무의 성격을 확인한 다음입니다.
구상금은 액수가 크고 한 번에 청구되는 경우가 많아서, 판결이 나도 실제로 받아 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험사도 그 사정을 알기 때문에 분할 상환을 협의해 주기도 합니다.
- 소송 중에도 조정을 할 수 있습니다 : 조정은 재판부가 중간에서 합의를 이끌어 내는 절차인데요. 총액을 낮추고 기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협의가 이뤄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 먼저 인정부터 하지 마세요 : 다툴 부분을 정리한 뒤 협상해야 출발선이 낮아집니다.
- 약속은 서면으로 남기세요 : 분할 약정을 하면서 나머지 청구를 포기한다는 내용이 들어가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개인회생이나 파산을 생각하신다면 반드시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모든 빚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파산으로 빚을 갚을 책임을 없애 주는 결정(면책)을 받아도 다음 두 가지는 그대로 남습니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 제3호·제4호).
- 일부러 저지른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 중대한 과실로 다른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를 다치게 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다치게 한 사고의 구상금은 두 번째에 해당할 가능성이 큽니다. 즉 파산을 해도 남을 수 있는 돈이죠. 다만 보험사가 넘겨받은 권리를 행사하는지, 보험사 자기 이름의 권리를 행사하는지에 따라 결론이 갈릴 수 있습니다.
반면 재물만 부서진 사고나 가벼운 실수로 인한 화재라면 사정이 또 다릅니다. 성격을 먼저 따져 보고 절차를 고르셔야 시간과 비용을 아낍니다.
여기까지가 금액이 감당되지 않을 때의 선택지입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당장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순서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오늘 할 일의 순서
기한을 지키는 일이 1번이고, 금액을 다투는 일은 그다음입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을 순서대로 놓으면 이렇습니다.
💡 청구서를 받은 뒤 순서
- 서류 종류와 송달 날짜를 확인합니다. 지급명령 2주, 소장 30일.
- 기한 안에 이의신청서나 답변서를 냅니다. 내용은 나중에 보충해도 됩니다.
- 사고 기록을 모읍니다. 사고사실확인원, 진단서, 형사 처분 결과, 보험 가입일.
- 네 곳을 점검합니다. 과실비율, 소멸시효, 가족 관계, 실화 감액.
-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면 분할과 절차를 함께 검토합니다.
혼자 하기 어려운 이유는 이 다섯 가지가 동시에 굴러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한은 2주 앞에 있는데 과실비율을 따지려면 사고 기록을 받아야 하고, 시효를 주장하려면 보험사가 언제 보험금을 지급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 법무법인 최선 한마디
구상금 상담에서 저희가 가장 먼저 묻는 것은 금액이 아니라 “그 서류를 언제 받으셨나요”입니다. 남은 기한에 따라 그날 해야 할 일이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기한을 지켜 두면 금액은 나중에 얼마든지 다툴 수 있지만, 확정된 뒤에는 아무리 억울해도 손댈 곳이 거의 없습니다.
서류를 받으신 지 며칠 되지 않았다면 우선 기한부터 확인하세요. 상담은 그다음에 받으셔도 늦지 않습니다.
저희는 자동차 사고와 화재, 공단 구상금 사건을 함께 맡고 있습니다. 이의신청과 답변서 작성에서 시작해 과실비율과 시효 다툼, 분할 협상까지 진행합니다. 방문이 어려우시면 비대면 상담도 가능합니다.
어떤 기준으로 변호사를 고를지는 경험 많은 변호사가 필요한 이유, 선임 전 확인할 기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자주 하는 질문
이미 기한이 지났는데 방법이 없나요?
지급명령은 확정되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생깁니다. 다만 본인 잘못 없이 기한을 지키지 못했다면 그 사유가 없어진 날부터 2주 안에 이의신청을 낼 수 있는데요. 기한이 지난 뒤에도 예외적으로 이의신청을 받아 주는 제도라서 ‘추후보완’이라고 부릅니다.
주소지에 살지 않아 서류를 실제로 받지 못한 경우가 대표적이에요. 다만 인정 여부는 사안마다 갈리므로 확정 사실을 안 즉시 움직이셔야 합니다.
형사 합의를 했는데 왜 또 청구가 오나요?
가해자가 피해자와 한 합의는 두 사람 사이의 일이고, 보험사나 공단이 이미 낸 돈은 그 합의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합의서를 쓸 때 치료비 부분을 어떻게 정리할지 미리 넣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합의서 문구에 따라 나중에 이중으로 부담하게 될 수도 있거든요.
친구 차를 빌려 운전하다 사고를 냈는데 저에게 청구가 왔습니다.
차주 보험으로 처리됐더라도 실제로 사고를 낸 운전자에게 청구가 갈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친구의 보험에 다른 사람이 운전할 때도 보장되는 특약이 들어 있었는지, 운전자 범위가 어떻게 정해져 있었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보험증권과 약관의 운전자 범위부터 확인해 보세요.
사고가 7년 전 일인데 지금 청구해도 되나요?
네, 7년이 지났어도 청구가 유효할 수 있습니다. 다만 조건이 있는데요. 보험사가 넘겨받은 권리를 행사하는 경우라면, 그것이 손해배상 권리일 때 사고가 난 날부터 10년이라 아직 남아 있습니다. 반대로 보험사 자기 이름의 권리라면 5년인데요. 이 5년은 사고 난 날이 아니라 보험사가 보험금을 실제로 낸 날부터 셉니다. 그래서 사고가 7년 전이어도 보험금 지급이 5년 안쪽이라면 아직 남아 있을 수 있어요.
한 가지가 더 걸립니다. 넘겨받은 권리가 남의 잘못 때문에 생긴 손해를 갚으라는 권리라면, 피해자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이라는 짧은 기간이 함께 붙습니다(민법 제766조 제1항). 10년이 남았어도 이 3년이 먼저 지났다면 청구는 막힙니다.
그래서 오래된 사건일수록 시효를 따져 볼 가치가 있습니다. 다만 시효는 이쪽에서 주장해야 하니 답변서에 이 부분을 꼭 넣으셔야 합니다.
청구 금액이 맞는지 어떻게 확인하나요?
보험사에 지급 내역을 요구하실 수 있습니다. 언제 누구에게 얼마를 어떤 명목으로 지급했는지가 담긴 자료입니다.
소송이 진행 중이라면 법원을 통해 제출을 요구할 수도 있어요. 치료비 항목에 사고와 무관한 기존 질환의 치료가 섞여 있지는 않은지도 함께 확인해 보세요.
참고자료
- 국가법령정보센터|상법 — 제682조(제3자에 대한 보험대위). 제1항 지급한 금액 한도에서 권리 취득, 제2항 생계를 같이 하는 가족에 대해서는 대위 불가(고의는 예외) (2026-09-10 확인)
- 국가법령정보센터|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 제29조 제1항(무면허·음주·약물·뺑소니 사고 시 보험회사의 구상). 같은 법 시행령 제3조(책임보험금 한도: 사망 1억 5,000만 원, 대물 1사고당 2,000만 원) (2026-09-10 확인)
- 국가법령정보센터|민사소송법 — 제256조 제1항(답변서 30일), 제257조 제1항(답변서 미제출 시 변론 없이 판결), 제470조(지급명령 이의신청 2주, 불변기간) (2026-09-10 확인)
- 국가법령정보센터|실화책임에 관한 법률 — 제2조(연소 부분에 한하여 적용), 제3조(중과실이 아닌 실화의 배상의무자는 법원에 손해배상액 경감 청구 가능) (2026-09-10 확인)
- 국가법령정보센터|국민건강보험법 — 제58조(구상권) (2026-09-10 확인)
- 국가법령정보센터|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 제566조 제3호·제4호(고의 불법행위, 중대한 과실로 인한 생명·신체 침해 손해배상은 면책되지 않음) (2026-09-10 확인)
- 국가법령정보센터|민법 — 제766조 제1항(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제2항(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 (2026-09-10 확인)
- 대법원 2017. 5. 18. 선고 2012다86895, 86901 전원합의체 판결 —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를 물리려면 임대인이 임차인의 의무 위반과 상당인과관계, 손해의 범위를 주장·증명해야 함. 종전 판례 변경
- 대법원 2021. 3. 18. 선고 2018다287935 전원합의체 판결 —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대위 범위는 공단부담금 전액이 아니라 가해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제한됨
- 대법원 2024. 9. 27. 선고 2024다249729 판결 — 보험자의 직접 구상권은 5년, 상법 제682조 보험자대위로 취득한 구상권은 10년이며 기산점은 실제로 손해배상금을 지급한 때
- 대법원 2023. 11. 2. 선고 2023다244895 판결 — 임차 목적물이 화재로 훼손된 경우 임차인이 자기 책임 없음을 증명하지 못하면 배상 책임을 지며, 화재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도 같음
- 대법원 2026. 4. 9. 선고 2025다211106 판결 — 사고부담금은 가해자인 피보험자가 자기 보험회사에 지급하는 돈으로, 피해자가 받을 보험금에서 공제하는 자기부담금과 구별됨
- 국토교통부|7월 28일부터 마약·약물, 음주, 무면허, 뺑소니 사고 시 운전자 사고부담금이 대폭 상향됩니다 — 2022-07-24 보도자료. 의무보험 한도(대인 사망 1억 5,000만 원, 부상 3,000만 원, 대물 2,000만 원) 전액 부담. 2022년 7월 28일 이후 체결 계약부터 적용 (2026-09-10 확인)
- 국회도서관|지급명령 공시송달 채무자 99.9% 이의제기 못해보고 채무확정돼 — 대법원이 제윤경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 2013~2017년 일반송달 지급명령 기준 이의신청률 11.9%, 공시송달 기준 0.06%. 5년 누적치이며 연도별 수치가 아님 (2026-09-10 확인)
- 의학신문|건보공단 구상권 청구 미환수액 581억 8700만원 —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인재근 의원실에 제출한 2022년 국정감사 자료. 2018년 1월 1일부터 2022년 7월 31일까지 구상권 청구액 1,359억 900만 원, 환수액 777억 2,200만 원, 미환수액 581억 8,700만 원. 사유별 미환수액은 폭행 200억 7,500만 원, 교통사고 184억 1,700만 원, 화재 27억 2,000만 원. 4년 7개월 누적치이며 연간 수치가 아님 (2026-09-10 확인)
- 금융위원회|미성년자·경제적 취약계층에 대한 보험회사 소송남용 방지장치 강화 — 2020-11-09 보도자료. 구상금 청구소송을 소송관리위원회 심의 대상에 포함, 시효 연장 목적 소송 금지, 취약계층 채무 감면 가이드라인 마련 방안. 발표 시점 기준이며 이후 시행 내용은 별도 확인 필요 (2026-09-10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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