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 사망사고 피의자가 가장 많이 놓치는 ‘무죄 포인트’

어둠 속 도로에서 과속 사망사고

한밤중 고속도로를 달릴 때, 멀리까지 보인다고 믿지만 사실 시야는 불완전합니다. 헤드라이트가 닿는 지점과 닿지 않는 지점의 경계에서 언제나 불안이 숨어 있습니다.

이 사례에서 등장하는 장면도 그랬습니다.
아무도 없을 것 같은 고속도로 1차로 한복판, 갑자기 누군가 떨어진 상자를 주우려 몸을 숙이고 있던 순간이 포착됩니다. 운전자는 그 장면을 뒤늦게 시야 끝에서 붙잡는 순간 이미 제동거리 안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멀리서 보았다면 피할 수 있었겠지만, 어둠 속에서는 그 ‘멀리’라는 거리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더 당황스러운 사실은 따로 있습니다.
이 사고는 분명 시속 132.8km 과속 상태에서 발생한 충돌이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과속 = 무조건 과실”이라는 공식이 그대로 성립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문제의 본질은 단순했습니다.
“과속이었더라도, 정말 피할 수 있었는가”라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오늘 이야기할 A의 사례는 바로 그 물음에서 시작됩니다.


새벽 5시, 고속도로 1차로에서 벌어진 예상 밖의 상황

A는 새벽 5시 20분경 고속도로 1차로를 따라 주행하고 있었습니다.
차량은 제한속도 100km를 넘은 132.8km로 달리고 있었고, 도로는 아직 어둠 속이었습니다.

바로 그때, 고속도로와 가장 어울리지 않는 상황이 나타났습니다.
자신의 화물차에서 떨어진 상자를 줍기 위해 피해자 C가 편도 4차로를 횡단하며 1차로까지 이동해 있었던 것입니다.
상자를 움켜쥐려는 순간, A의 화물차와 피해자의 거리는 약 63m.
즉시 제동해도 72m 이상이 필요한 거리였습니다.

A는 급제동을 시도했지만, 그 거리에서는 충돌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피해자 C는 현장에서 사망했고, 충돌 여파로 튄 파편으로 맞은편 차량 운전자 E 역시 상해를 입었습니다.

이 장면만 보면 누구라도 “과속이었으니 A가 잘못 아닌가”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릅니다.
하지만 사건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이 사건의 핵심은 ‘과속과 사망사고 사이의 연결고리’였습니다

일반적으로 과속은 그 자체로 과실로 평가됩니다.
그러나 법은 단순히 “속도를 넘겼다”는 사실만 보고 책임을 묻지 않습니다.
핵심은 다음 한 줄이었습니다.

“설령 제한속도대로 달렸더라도, 사고를 피할 수 있었는가.”

고속도로 보행자 사고에서 법원은 항상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고속도로는 구조상 보행자 출현 자체가 극히 이례적입니다.
그래서 보행자 출현을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가 과실 판단의 기준이 됩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법률 개념이 바로
사고와 과실이 실제로 연결되어 있었는가입니다.

A가 과속을 한 건 맞지만,
그 과속이 사고 발생에 현실적으로 영향을 미쳤는지가 문제였습니다.

고속도로를 운행하는 자동차의 운전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속도로를 통행하거나 횡단하는 보행자가 있을 것까지 예견하여 보행자와의 충돌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급정차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대비하면서 운전할 주의의무가 없고,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16고단1372 판결문

법원이 과속 사망사고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법원은 여러 감정 결과와 당시 상황을 종합해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첫째, 어둠 속에서 보행자를 미리 발견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었습니다.
시야가 제한되고, 앞차 역시 피해자를 미리 발견해 제동하지 못한 점을 고려할 때,
보행자를 예견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판단했습니다.

둘째, 제한속도로 달렸어도 충돌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감정 결과, 100km로 달렸더라도 급제동 시 필요 제동거리는 약 72m였고,
실제 시점에서 A와 피해자의 거리는 63m에 불과했습니다.
즉, 속도와 관계없이 충돌은 발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셋째, 좌우로 피할 공간도 없었습니다.
한쪽은 중앙분리대, 다른 쪽은 주행 차량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즉, 회피 조향도 실질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결국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과속이 있었더라도, 그 과속이 사고를 발생시킨 원인이 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 말은 곧,
과속이라는 과실과 실제 사고 사이의 연결고리가 인정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결과는 무죄였습니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17. 7. 21. 선고 2016고단1372 판결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17. 7. 21. 선고 2016고단1372 판결

이 사례가 알려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명확합니다

사고의 결과만 보면 과실이 있어 보이더라도,
법적 판단은 ‘예견 가능성’과 ‘회피 가능성’이라는 두 축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고속도로 보행자 사고는 다음 기준이 핵심입니다.

• 고속도로에서 보행자 출현을 예측할 수 있었는가
• 제한속도 준수 여부와 무관하게 사고를 피할 수 있었는가
• 도로 구조·시야·제동 가능성 등 물리적 조건은 어떠했는가
• 운전자의 다른 조향 선택지가 존재했는가

이 네 가지가 어긋나는 순간, 과속이 있었더라도 법적 책임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과속 사망사고 상황이 발생했다면 지금 확인해야 할 절차들

첫째, 사고 당시 조도·시야·차로 구조를 반드시 기록해야 합니다.

사진·영상·기상정보는 예견 가능성 판단에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둘째, 제동거리와 충돌 가능성에 대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전문 감정 결과가 핵심 쟁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셋째, 사고 직전의 위치·속도·영상 기록을 확보해야 합니다.

블랙박스 원본과 GPS 기록은 판단 근거가 됩니다.

넷째, 보행자 위치 이동 경로를 명확히 복원해야 합니다.

횡단 여부와 진입 시점은 감정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이 네 가지가 제대로 확보되면 사건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과속 사망사고 관련 자주 묻는 질문들

Q1. 과속 상태에서 사고가 나면 무조건 과실이 인정되나요

과속은 과실 요소일 뿐이며, 실제 사고를 피할 수 있었는지가 핵심 기준입니다.

Q2. 고속도로에서 보행자 사고는 언제 운전자가 책임을 지나요

보행자 출현을 미리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이 있거나, 회피 가능성이 있었다면 책임이 인정됩니다.

Q3. 피해자가 도로를 횡단한 경우에도 운전자가 책임을 지나요

상황에 따라 다르며, 특히 야간·어둠·차로 구조 등 물리적 조건이 중요하게 판단됩니다.


교통사고의 진실은 언제나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되지 않습니다

사고의 결과만 보면 책임이 명확해 보이지만,
그 순간에 실제로 무엇이 가능했고 무엇이 불가능했는지를 따지는 것이 법의 역할입니다.

비슷한 사고 경험이 있다면,
사고 직후의 기록·증거·시간 정보가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지기 때문에
지금 갖고 있는 자료들을 먼저 정리해두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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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트는 실제 있었던 사건에 대한 판결의 내용을 토대로 일부 각색 및 변형해서 작성되었습니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17. 7. 21. 선고 2016고단1372 판결)